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아 Dec 31. 2021

<24화> 선행학습 금지(?) 실험

안무 수업의 예습 스트레스

예습을 금지합니다


두 달만에 브런치에 돌아오고 보니 하필 마지막 썼던 글이 나의 안무 암기 방법에 관한 글이다. 한마디로 내가 정립한 예습 루틴에 대한 것인데, 최근 그 방식을 적용할 수 없도록 내가 듣는 수업의 운영 방식이 바뀌었다.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는 출석률과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마일리댄스 안무반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선생님이 유튜브 채널에 막 선보인 댄스를 배운다는 점이다. 매주 금요일에 업로드된 따끈따끈한 영상을 일요일에 배운다. 처음에는 '영상을 몇 번 보고 오라' 정도의 권고가 있었는데, 평균 3분 20초의 전곡을 2시간 만에 소화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어느 정도 안무 순서를 외우고 튜토리얼(안무 해설) 영상도 보고 오는 것이 암묵적으로 권장되고 있었다.    


예습은 당연 좋은 것이다. 안 되는 동작들을 미리 반복해 보고, 안무 순서를 어느 정도 알고 오면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크다. 바빠서 예습을 못 했는데 나만 창피하게 헤매면 어떡하지? 피곤하고 예습도 못 했으니, 이번 주는 그냥 쨀까?


선생님의 오랜 고민은 바로 그런 수강생들의 심리에 따른 Basic Level II반(기본기 중급반)과 안무반의 등록&출석률 차이였다. 전자는 항상 등록 경쟁이 치열하고 N차 수강이 이어지는데, 후자는 간신히 채운 등록인원마저 출석률이 100% 일 때가 많지 않아서였다. 그나마 3개월짜리 한 기수 수업이 끝나면 기본기 전혀 없이 덤볐던 초심자들은 Basic Level I로, 오랜 수강생들도 안무 외우기의 부담을 내세우며 도로 Basic Level II로 가기도 했다. 


부담감 감소 vs 실력 향상의 균형 찾기


그래서 실험이 시작됐다.

먼저 올라간 쌤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업로드 예정인' 안무를 하시겠다는 것이다. 미리 보고 올 수 없으니 예습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 모두가 공평히 새로 접하는 동작을 배운다. 그 자리의 대부분이 소화할 수 있도록 반복을 많이 하고, 꼭 완곡을 고집하지 않는다.


사실 기존 시스템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으로서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더 잘하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은데, 그래서 선생님의 영상이라는 가장 훌륭한 교과서를 보고 예습한 뒤 수업받을 수 있어서 여기 오는 건데. 한곡을 완전 다 추고 났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좋았는데. 새로운 방식으론 안무 순서만 외우다 끝나는 거 아닐까?


하지만 나 같은 열혈 수강생뿐 아니라 전체 클래스의 만족도와 참여도를 높여야 하는 쌤의 고충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에 긍정적으로 적응해 보기로 했다. 하긴 나에게도 필요한 도전이었다. 원래 일반적인 댄스 클래스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처음 접하는 안무를 배우니까. (케이팝 커버댄스는 예외지만 말이다.) 


선행학습 금지의 득과 실


그리고 한 달. 예습 없이 새로운 안무를 배우는 방식으로 네 번의 수업이 진행됐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의 중간평가는 이렇다.


[장점]

- 수업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 놀라운 점인데, 물론 선생님이 신경 써서 안무를 비교적 복잡하지 않게 만들고, 전곡을 못 하더라도 모두가 따라 할 때까지 반복을 많이 하는 방식을 채택한 점도 한몫했다.  


- 예습에 대한 심리적이고 시간적인 부담감이 사라졌다.


- 느리디 느린 배속 예습에 기대던 나도 빠릿하게 집중해서 수업 중 안무를 외우는 능력이 생겼다.  


[단점]

- 출석률이 나아지지 않았다 : 안무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은 예습뿐 아니라 수업 중에도 있기 때문 아닐까. 시스템을 바꾸기 전이나 출석자 수는 거의 같다. (신규 등록률은 늘 수도 있겠다.) 


- 개인적인 춤 연습량이 현저히 줄었다 : 수업 시작할 때 그 전 시간 배웠던 걸 한 번 춰보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복습을 하는 극히 일부와 기억력이 좋은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대충 넘어가곤 한다. 전에는 금~토에 걸쳐 몇 시간씩 예습을 하고, 쌤의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연구하곤 했는데, 배운 다음 올라오는 영상은 동기부여가 안 돼서 두어 번 보면 끝이다. 아무래도 집중도와 긴장도의 차이가 크다.    


연습량은 목마른 사람이 알아서 챙겨야


춤에 있어서 연습 밀도(집중도)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투입시간도 정말 중요하다.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다음날 수업에서 안 한 거나 다름없이 어버버 해서 속상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 다시 등장한 그 동작이 원래 할 줄 알았던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연습했던 것이 휘발되지 않고 내 안에 쌓이고 쌓이면서 발현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신기함을 몇 번이나 경험해보면 연습 투입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고정된다고 해도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처음 보는 안무를 그 자리에서 몸에 빨리 붙이는 능력, 동작 암기와 함께 디테일도 동시에 챙기는 능력 키우기.


개인 연습량이 부족하면 다른 학원의 클래스를 추가로 수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한참 중년에 입문해서 일주일에 꼴랑 두 시간 수업받으면서 실력 향상을 논하는 건 사실 무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23화> 안무를 외우는 나만의 비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