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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미 Apr 30. 2020

당신은 이별할 준비가 되었나요?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 해요.

때는 2년 전, 2017년 4월로 돌아간다. 당시 나는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국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낯선 언어와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하기 바빴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오후 늦게까지 영어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면서 정신없이 살았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때였다. 마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달까. 그렇게 반복된 생활을 지내고 있을 때,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들어왔다. 딱 봐도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나보다 한주 늦게 들어온 그 남자애는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선생님은 나를 콕 집어 처음 왔으니 잘 챙기라고 했다. 스스로도 잘 못 챙기는 누굴 챙기나,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곳이 얼마나 낯설지 알기에 이것저것 챙겨주며 도와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오지랖도 한몫했었다. 그 남자는 호의를 베푸는 나에게 굉장히 무뚝뚝하고 과묵했다. 여느 때와 같이 씻고 집에 들어와 쉬려는데 그 남자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오늘 도와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오늘 편하게 지냈어."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온 메시지는 별 내용이 없었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왠지 모를 웃음이 나오는 카톡이었다. 뭘 묻거나 챙겨줘도 반응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카톡에서는 또 다르구나. 그렇게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같은 반이라 매일 얼굴을 보고 수업이 끝나면 과제를 핑계로 연락했다. 생각해보면 26년 인생에서 가장 적극적이던 순간이었다. 잠이 쏟아지면서도 카톡을 기다렸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같이 가지고 먼저 제안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사람의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했고 애썼다. 나만 좋아하는 거 같아 억울한 적도 있었고, 다른 여자 애를 이야기하면 질투가 난적도 있었다. 그렇게 유치했던 나의 짝사랑이 끝나고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늘 연애의 첫 시작은 달콤하고 황홀하다. 사랑의 크기가 점점 커질수록 더 상대방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감정은 컨트롤할 수 없이 커진다. 나름 여러 연애를 거치며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100이라면 80을 줄여 사랑을 했고, 오히려 이별이 찾아오면 홀가분했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연애의 끝으로 깨달았다. 그동안의 연애는 사귀면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거고, 이번 연애는 그 어떤 준비 없이 갑작스레 이별이 찾아왔다. 



준비 없는 이별은 감정적인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사랑했던 이별에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사불성 될 때까지 술에 취해보기도 하고, 평소 즐기지 않던 유흥도 즐겨보고, 그 사람의 카톡 프사를 매일 확인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뻔한 소리만 했다. "나 이제 연애 못할 거 같아." 내가 이렇게 순애보를 가진 여자일 줄이야, 지나고 보니 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애였다. 이 연애를 끝내면서 내린 결론은 나도 누군가에게 준비 없는 이별을 고했다.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 배려 있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었을까. 앞으로 살면서 '이별'을 겪지 않을 순 없겠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을 더없이 사랑해주고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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