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저 하늘이 파랗게 점점 깊어 가면
마음 내 마음도 파랗게 어느새 물들어요.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정말 아름다워
내가 뭐든 될 수 있다면 가을이 될 거예요.
나무 나무들이 빨갛게 점점 깊어 가면
마음 내 마음도 빨갛게 어느새 물들어요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정말 아름다워
내가 뭐든 될 수 있다면 가을이 될 거예요.
들판 저 들판이 노랗게 점점 깊어 가면
마음 내 마음도 노랗게 어느새 물들어요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정말 아름다워
내가 뭐든 될 수 있다면 가을이 될 거예요.
참말로 가을이 되고 싶은 날들이다.
우리 네 가족은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아파트 뒤쪽의 인능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서우는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지만
그러면 집에서 놀고 있어~
한 마디에 투덜거리며 함께 나선다.
산에 들어서면 나뭇가지를 줍고,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려 하고, 진흙 웅덩이를 찰박거리며 논다.
날다람쥐처럼 앞서 가며 길을 안내하는 꼬마 대장의 얼굴에
가을이 진하게 물들어 있다.
산은 온통 가을이다.
햇빛도, 나무도, 벌레도, 열매도, 흙도 가을가을하다.
예정일이 점점 가까워지는 아내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봄봄이가 너무 커지기 전에 나왔으면 하는 의도도 있지만
그냥, 이 산에 있는 게 참 좋다.
가을이 주는 어떤 기운이 있다는 걸 실감한다.
봄봄이는 이런 가을 기운을 듬뿍 받고 있을 것이다.
가을 기운을 하루라도 더 받고 싶어서인지 태중에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 듯하다.
발갛게 익은 감처럼 통통한 볼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덩치는 제 형이 태어날 때보다 클 것이고...
서우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려는 사이에 태어났다면,
봄봄이는 가을이 한창일 때 태어난다.
나는 가을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될랑 말랑 할 때 태어났다.
이 시기의 차이가 가을 남자들 사이에 어떤 각각의 개성을 주게 되는 걸까?
봄봄이는 어떤 품성을 타고나게 될까?
그게 참 궁금하다.
서우는 예정일보다 2~3주 빨리 양수를 터뜨리고 나왔는데
봄봄이는 예정일을 꽉 채울 것 같다.
형제가 태중에서부터 다르다.
자연스럽게 서우가 자라며 보여준 타고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봄봄이는 어떨까, 이럴까, 저럴까.
그러다 이름을 뭘로 지을까 한자는 뭘로 할까로 생각이 뻗어가면
그건 또 그것대로 재밌고 기대가 된다.
출산가방은 진작에 싸놨는데 너무 빨리 준비한 셈이 되었다.
뭐가 어디에 있었는지 거의 까먹어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무색하게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서 봄봄이에게 참 고맙다.
깊어져 갈수록 점점 아름다운 가을을 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구나 싶어서.
엄마와 아빠가 각자의 일을 마무리하고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구나 싶어서.
(서우는 요새 매일 봄봄아, 언제 나와? 오늘 나와? 묻지만 ㅎㅎ)
어쩐지,
태어난 봄봄이 볼에 얼굴을 부비면
가을이 묻을 것만 같다.
그렇게 가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