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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 굽는 타자기 Jan 24. 2022

생각은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행동이 있을 뿐이다.

<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 책을 읽고...

평소 생각과 걱정이 많은 난 우울증이 심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 생각을 멈추고 싶다.'

이런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생각이 이어진다.

'생각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죽으면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건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과 걱정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난 결국 죄책감에 휩싸인다.

'난 아이와 남편을 생각하지도 않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못된 엄마이자, 아내야!'

내가 스스로에게 행하는 채찍질은 가혹했다.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내려갔고,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하 동굴까지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몇 년 전부터 나는 무수히 이런 나 자신을 방치하고 싶지 않아서 그룹상담, 부부상담, 심리상담 등을 했고 내 안의 답을 찾기 위해 심리 관련 책들을 읽었다. 이런 내게 희망을 전해준 책이 있다. <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데이비드 카보넬 지음> 책이었다. 책을 읽다가 스스로 면죄부를 받은 대목이 있다.


"생각은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 (108쪽 중에서)


이제까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위험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날 스스로 몰아세웠다. 설령 내가 자살을 생각을 한다고 해서 진짜 자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으로 누군가를 죽인다고 해서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생각은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생각하지 않기'는 더 위험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는 능력이 줄어들면 흔히 생각을 멈추려는 노력은 배가한다. "그것에 대해서 그만 생각하라"라고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지시한다. 심지어 '중지'라고 쓴 고무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다가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오르면 밴드를 당기기도 한다. 이 방법은 실제로 자기 계발서에서 자주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안 좋은 방법이다." (82쪽 중에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다른 일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여러 가지 노력들은 다 허사였다. 나중에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까 봐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나는 걱정을 줄이고자 애썼지만 더욱 걱정을 하게 만드는 꼴이었다. 노력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좌절감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만성적 걱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당신이 아주 기분 나쁜 공포 영화를 '건너뛰는' 대신에 강렬한 감정 없이 볼 수 있는 상태에 이르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괴롭지 않은 지점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공포 영화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은 그 영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는 것이다. 이때 무서운 부분을 건너뛰거나 소리를 죽이거나 하지 말고 반복해서 영화에 흠뻑 빠져야 한다." (101쪽 중에서)


나는 운전 3년 차지만 여전히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운전하기 전에 두려운 마음까지 생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운전을 하면 두려운 마음은커녕 운전이 재밌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운전대를 영원히 잡지 못했을 거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는 또다시 무수한 걱정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운전을 꼭 해야 하나? 재택근무하는 남편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떡해?'

'남편이 아끼는 차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차 사고가 나서 내가 다치거나 잘못되면 우리 아이는 어떡해?'

아, 정말 내 걱정은 정말 끝까지 간다. 상상력이 총동원돼서 여느 공포영화 못지않은 찰나의 영상이 나를 지배한다. 저자의 말대로 걱정을 더 지루하고 덜 괴로운 것으로 만들면 좋아질 수 있는 걸까?


"먼저 민트 제품 몇 병을 구해서 항상 주머니나 지갑에 지니고 다녀라. '만약 ~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민트 병에서 민트 1개를 꺼내라. 먹어도 되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도 된다.

이런 식으로 한 주 동안 '만약 ~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는지 알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민트 한 알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 볼 테니까." (127쪽 중에서)


"걱정을 없애려고 그렇게 노력할 때는 걱정이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더니, 걱정에 집중하라고 하니까 그 생각이 자꾸 달아나려고 하니 말이다. 걱정에 집중하라는 나의 이상한 요청은 '걱정을 멈추려는' 그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중단시킨다. 반면에 '걱정을 멈추려는' 노력은 만성적 걱정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내가 예상치 못한 요청을 하자 걱정이 덜 집요해진 것이다." (138쪽 중에서)


저자의 말대로 아침에 깨어난 직후, 밤에 잠들기 직전, 식사 직후를 피해서 작정하고 걱정해보기로 했다. 10분 동안 걱정해보자고 했는데 놀랍게도 10분을 넘기기 어려웠다. 막상 걱정거리를 억지로 짜냈는데 별 것도 아닌 데다가 몇 가지가 되지 않았다. 뭐지? 내가 정말 이런 걱정거리를 할까 봐 애써 걱정을 했던 거였던가... 저자는 걱정하는 시간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2분 정도밖에 걱정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2분 걱정을 5번 해서 10분을 채우라고 한다. 그리고 몇 달 해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며칠 해보지 않았지만 정말 이 해결책은 특효약이었다. 우선 일부러 걱정을 생각해보니 대수롭지 않았고 여러 번 그 걱정을 애써 해 보니 지루해진 탓인지 의식하지 않으면 여러 번 같은 걱정을 하는 게 오히려 어려워졌다. 평소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도리도리를 수차례 했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일부러 걱정해보기에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걱정이 떠오를 때 생각 멈추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봤다.

'아 그래, 내가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하네.'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 걱정을, 내 생각을 인정해주자 나쁜 생각을 하는 나에게 채찍질하는 걸 멈췄다.  


책을 읽으면서 아,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불면증으로 새벽 2시마다 어김없이 잠에 깨는 사람에게 저자는 오히려 새벽 2시에 알람 시계를 맞추고 자라고 했단다. 걱정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오히려 걱정을 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자명종 시계를 새벽 2시에 맞춰놓으면 그 시간에 깨지 않을까 하는 의혹은 더 이상 갖지 않게 된다. 알람 소리 때문에 새벽 2시에 잠에서 깰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제를 변화시킨다. 이전에 그들은 새벽 2시에 깨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 시간에 깰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 사실을 알면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흔히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고 왜 자명종이 울렸는지 궁금해한다. 곧 내가 자명종을 그렇게 맞춰놓으라고 요청한 것을 기억해 내고, 나에 대해 잠깐 생각한 뒤 자명종을 끄고 다시 잠으로 돌아간다. 가끔 자명종 시간보다 몇 분 일찍 깨서 자명종을 끄고 다시 잠들기도 한다." (247쪽 중에서)


아, 정말 놀랍다. 직관에 반대되는 '반대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자처럼 나 역시 내가 만들어놓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남편에게 아이 등교 준비를 시켰고, 전날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보상으로 점심 무렵까지 자고 일어나 끼니를 때우고 밀린 집안일을 억지로 했다. 아이가 하교하면 나는 억지로 집안일과 육아를 하고 밤에 빈둥거리다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지난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여전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무기력했던 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 그때에 나에게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20분 일찍 일어나서 아이의 등교 준비를 하고, 집안일을 후딱 하고, 오전에 낮잠을 자지 않는다. 집안일을 얼른 하고 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일어나자마자 다시 자리에 눕고 싶지만 무기력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 두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렇게 낮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고, 오후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더니 새벽 두세 시에 자던 내가 이제 밤 12시만 되면 곯아떨어진다. 남편 증언에 의하면 코까지 곯면서 잘 잔단다.


책 내용대로 실천해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내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무슨 일을 하기 앞서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못할 거야. 사람들이 날 싫어하면 어떡해? 내가 이렇게 나약한 걸 들키면 어떡해?' 이런 걱정들로 괴롭다. 하지만 걱정하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저자 말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내가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설령은 비관적인 생각은 계속되더라도 나는 비관적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람이 분명히 될 수 있다.


며칠 전 10살 꾸마가 엄마가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묻는다.

"엄마는 걱정이 많아? 왜 이런 책을 읽어?"

"엄마는 걱정이 많지만 걱정 때문에 힘들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는 거야."

"내가 엄마 걱정 들어줄까? 해결해 줄까? 얘기해 봐."

"음... 엄마는 요즘 살이 많이 쪄서 꾸마나 꾸마 아빠한테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돼!"

"엄마, 아직 늦지 않았어. 엄마는 요가도 열심히 하고 운동 더 열심히 하면 되지. 그리고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유머도 나오고 아이와 놀이를 할 수 있나 보다. 이제 나는 걱정을 숨기지 않고 아이에게 풀어놓는다. 내 걱정을 아이에게 말하고 공감받았더니 내 걱정이 대수롭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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