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노아 Sep 16. 2023

오랜만에 밤 러닝을 했다

살아있다는 증거

오랜만에 시원해진 틈을 타 공원에 러닝을 하러 나왔다. 밤 9시께가 넘는 시각이었다. 올 때 타고 온 자전거는 묶어 두고 본격적으로 힘차게 발을 굴리려는 찰나, 상대편에서 농구공이 데굴데굴 내 발 곁으로 굴러왔다. “죄송합니다!” 어림짐작하기에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농구공을 놓쳤나 보다.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사과부터 하다니.


‘착하다.‘




 혼자 코트에서 농구하러 왔나 싶었던 게 우리 동네의 작은 이 농구코트에서는 늦은 시각에도 학생들이 자주 나와 농구를 즐기던 터였다. 오늘은 평일 밤이라 그런지 휑하니 조용했는데. 다시 보니 그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엄마와 함께였다.

 열심히 굳은 몸을 풀며 뛰다가 무심코 보니 엄마와 함께 열심히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또 저기 옆에는 어린 여자애와 엄마가 롤러스케이트를 함께 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열심히 스쳐 지나가는 러닝하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또 혼자였다.

여름 내내 더위에 허덕이며 걷는 것도 버거웠던 만큼, 오랜만에 러닝을 하니 심장이 쿵쾅쿵쾅 아픈 느낌마저 들었다.





얼마 전에 마음이 꽤 고단했던 날에 같이 일하던 동료분께 왜 자꾸만 힘든 일이 찾아오는지 모르겠다며 특별한 것 없으나 진심인 푸념을 했다. 그러자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심장 박동의 모양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것처럼 좋을 때와 힘들 때가 반복되는 것은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내가 아주 잘 살아있다고 괜찮다고 했다. 그렇네,

같이 푸하 웃었다.



이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뛰다 말고 글 쓰다가, 고양이 쓰다듬다가, 한 바퀴 더 뛰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벚꽃의 기쁨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