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가 시작하는 밤 10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라디오를 튼다. 2시간가량 라디오를 듣고 나면 뭔가 하루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과거 라디오 외에 다른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라디오의 하락세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라디오의 마니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내가 편애하는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
1. 공감 요정 DJ와 청취자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은 ‘공감 요정’, ‘공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DJ, 옥상달빛이 진행한다. 밤 시간대의 라디오답게 청취자들의 사연을 많이 읽어준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공감뿐만 아니라, DJ와 함께 소통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사연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옥상달빛이 DJ를 맡은 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훈훈한 DJ만큼 훈훈한 것이 바로 청취자들이다. 한 청취자가 보낸 사연에 대해 다른 청취자들이 공감하고, 위로하고, 고민을 해결해주려고 한다. 라디오의 특성인 양방향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10시가 되면 열리는 대화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 DJ, 그리고 청취자들은 그들 사이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2. 4차원 코드
만일 프로그램이 감성적이고 정적이기만 했다면 다양한 청취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옥상달빛이라는 DJ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마냥 진지한 걸 좋아하지는 않아서 중간중간 황당할 정도(?)의 개그 코드가 심어져 있다. 처음 DJ의 별명과 청취자 애칭을 정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청취자에게 공모를 받았는데, 그 결과 ‘디스크 자키’를 하나씩 나누어 가져서 ‘옥 디스크’, ‘달자키자키’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청취자 애칭은 더 기발하다. ‘옥상달빛이 택한 인연’을 줄여서 ‘옥택연’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에서 <푸른밤>에 완전히 입덕하게 되었다. ㅋㅋㅋ옥택연들은 옥택연 님이 출연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코너인 ‘늘 마시던 걸로’에서는 사연에 맞춰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물론 가상이다.) 꽃처럼 사랑스러운 칵테일을 만들어 달라는 사연에 가로수 밑에 떨어진 꽃잎과 흙더미 2톤, 코발트블루 아이템 세 큰 술, 그리고 꽃가루를 넣은 희한한 레시피의 칵테일을 내놓았다. 이런 개그가 듣는 사람을 피식하게 만들면서 어느 순간 찾게 되는 4차원 코드의 매력이 아닐까?
3. 알찬 요일 코너
라디오의 재미를 책임지는 요일 코너를 빼놓을 수 없다.
@ 월요일 코너 – 「라디오 참견 시점」
하상욱 시인과 함께 고민 사연을 해결하는 시간이다. 하상욱 시인의 기가 막히는 고민 해결 능력으로 듣는 사람의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현실적인 고민을 들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다른 청취자들도 마찬가지인지, 본인의 경험을 들어서 함께 고민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옥택연이 보낸 해결책들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유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묘한 유대감이 생기고, 옥택연 부심까지 생긴다.
@ 수요일 코너 - 「푸른밤 야간작업」
일주일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할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닦달하는 코너이다. 그날 끝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사연을 받고, 노래를 두 배속으로 틀면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연의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고, 중간에 일의 진행 정도까지 확인한다. 밤 시간대의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봤는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특이한 코너인 것 같다. 나는 할 일이 없는데도 내 마음까지 덩달아 조급 해지는 희한한 코너…!
@ 토요일 코너 - 「달빛독서클럽」
알라딘의 MD 박태근 님과 함께하는 책 읽기 시간이다. 책을 소개하고, 청취자들과 감상평을 나눈다. 책의 한 장면을 상황극으로 재연하면서 깨알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달빛 낭독’이라는 코너 속 코너에서는 MD님이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낭독하고, ‘달빛 퀴즈쇼’라는 소소한 퀴즈를 푸는 시간도 있다. 거기에다가 책 속 주인공들을 실제 인물로 가상 캐스팅해보는 시간까지…! 알찬 구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