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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 Mar 06. 2023

우리 이제 화해하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에에올, 따스한 현실주의자의 영화]

각자의 우주, 각자의 가능성. 포기한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나를 탓하는 일이 더 잦다. 그렇지만 내 모든 선택이 하나로 모인 바로 그 지점에 ”이럴 수밖에 없었던“ 지금의 내가 있다.


‘어디로 향하든 똑같은 후회가 남는다.’ 이 생각에 다다르면 허무에 젖은 돌이 되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이내 포기했던 것까지도 나였다는 걸 깨닫는다. 화해가 필요하다. 다름 아니라 먼저 손내밀 줄 모르는 나, 자신과.


“...in another life, i would have really liked just doing laundry and taxes with you."


다른 세상에선, 너랑 세탁소나 하고 세금영수증 떼는 일만 해도 좋을 것 같아.


어떤 미래를 그려도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사랑. 웨이먼드가 강한 이유는 이블린이 그만큼 힘을 끌어올 수 있는 멋진 가능성을 잔뜩 열어주었기 때문에. 이블린이 강한 이유도 마찬가지. 어쩌면 조이가 누구보다 강한 이유도. 사랑은 서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bobomovie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이 싸운다. “어쩌면 이러지 않을 수도 있었어”라는 상상이 필요하다. 에에올의 멀티버스는 상상력 없는 사람에게도 기계적으로 가능세계를 떠먹여 준다.


혼란스러운 영화 앞에서 “이게 뭐야?” 말하게 되는 것처럼 “이게 뭐야?”스러운 일이 넘쳐난다. 극단으로 휩쓸리지 않고 모두들 혐오와 반목을 넘어서는 제3의 눈을 뜰 수 있기를. 21세기가 끝나려면 77년이나 남았지만 나는 이 영화야말로 21세기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instagram @bobo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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