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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키친anime cook Nov 10. 2023

빵과 버터, 라즈베리 잼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음식 #1

글은 이제야 올리지만 나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고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엇갈린 평가들이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개봉일에 조조로 영화를 보고 왔다.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며 즐겁게 영화를 보고 나왔다. 나는 극편향적으로 지브리를 좋아하는 지브리 씹덕후, 지브리키즈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굿즈를 획득해 즐거워하는 지브리키즈..



사실 이번 영화는 전에 보아왔던 하야오 감독의 전작들과는 아주 다른 영화였다. 배경과 사물에 대한 묘사 디테일하고 아름다웠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배경들이 수채화처럼 흐릿하고 뭉개져있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많았던 전작들에 비해 딱히 정이 가는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와라와라가 제일 귀엽긴 한데 얘네도 하는 역할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딱히 정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와라와라가 생긴 건 귀여워...


그리고 무시무시한 조류들도 대거 등장하는데 비둘기, 닭 등 조류를 너무너무너무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내게는 정말 끔찍했다. 왜가리도 너무 징그럽고 앵무새도 무서웠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왜가리 껍데기 안에 이렇게 생긴 애가 들어있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펠리컨..앵무새 무셔...


하지만 대중의 평가처럼 난해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저 너무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영화라고 생각돼서 '아이고 영화 참 고집스럽네..'라고 생각했다. 때론 지루한 지점들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즐겁게 따라가면서 봤던 것 같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고집스러워 보이는 저 눈썹을 보라...


자, 이제 음식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이 영화를 2번 봤는데(아마도 더 보러 가게 될 듯..) 내가 기억하는 음식이 나오는 장면은 4군데 정도이다.(더 있을지도 모르고..) 첫 번째 음식은 마히토가 새어머니 집으로 이사한 날, 나츠코가 마히토 방으로 가지고 들어온 쟁반 위에는 차와 함께 시베리아다.(시베리아는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에 나오는 음식이다.) 시베리아는 무비키친에서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잠깐 지나갔지만 알 수 있었다. (아래는 시베리아 만드는 영상 : 힛)

https://youtu.be/UkcM5--YfoM?si=nXjvoRmh8uHXkyPq


두 번째 음식은 마히토가 젊은 키리코와 함께 먹었던 붉은색 스튜이다. 지브리 영화에서는 유독 이 붉은색 스튜가 자주 나온다. 위에 말했듯 캐릭터를 제외한 모든 것들의 묘사가 티테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내용물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채소와 고기가 들어 있는 토마토스튜로 추정되고 키리코가 물고기를 잡아 파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선이 들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세 번째 음식은 히미가 구운 빵이다. 이건 마히토와 함께 버터와 잼을 더해 먹었던 음식인데 너무 맛있어 보여서 바로 영상으로 만들었다.

https://youtu.be/bFRmZch7FPE



네 번째 음식은 앵무새들이 만든 채소 등으로 잔뜩 쌓아 올린 케이크이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모양에 따라 케이크라고 부르겠다.) 이건 의외로 맛있어 보였는데 모든 재료들이 붙어있는 베이스로 깔리 재료가 감자샐러드로 느껴졌기 때문 일 것이다. 그래서 이건 기회가 되면 재현해보려고 한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아무튼 이번 영상은 마히토와 히미가 함께 했던 식탁을 재현하기 위해 소품 같은 것에 특히 신경을 썼다. 음식을 만드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분위기를 최대한 기억해 내서 꾸며봤는데 영화에 나왔던 비슷한 색과 패턴의 테이블보, 타원형의 큼직한 빵, 버터가 싸여있던 나뭇잎 등을 준비했었다. 영상에서 설명되어 있지만 깜빠뉴와 버터, 라즈베리잼, 그리고 홍차의 조합이 참 조화로웠고 맛있었다. 홍차의 색은 선명한 레드가 아니기 때문에 색을 위해 다즐링과 로즈힙을 섞어 차를 냈었는데 이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깜빠뉴, 버터, 라즈베리잼, 홍차 조합으로 꼭 한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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