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끼 Sep 05. 2020

코로나 시대의 1인용 식탁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집밥이 화두다.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재택 학습을 하게 되면서 삼시 세 끼를 챙기는 것이 큰일이라고 하더라. 나는 1인 가구일 뿐이지만 우리 집 식탁도 이전과는 꽤 달라졌다.


나는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 본가의 식탁에서는 반찬 투정은 금지였다. 워킹맘으로 엄마가 아침과 저녁을, 주말에는 삼시 세 끼를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엄마는 아침에도 꼭 밥과 국으로 식탁을 차리셨다. 그러니 반찬 투정은 하지 않는 것이 도리였다. 덕분에 나는 반찬이 달걀 프라이뿐이어도 잘 먹는 사람으로 자랐다. 초등학교 때는 날달걀과 간장, 참기름 만으로도 밥을 잘 먹었었다. 지금도 그때 그 달걀 비빔밥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1인 가구가 된 이후로도, 나는 밥을 잘 챙겨 먹는다. (차마, 잘 차려먹는 다고는 못하겠다. ) 1인 가구의 식탁의 미덕은 간단하게 만들어서 빠르게 치울 수 있었야 한다는 것이다. (설거지 거리가 적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 햇반보다는 직접 지은 밥을 좋아해서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앉히고 메인이 될 메뉴를 요리하거나 사 와서 먹는다. 메인 요리는 카레일 때도 있고 김치볶음밥일 때도 있다. 간단히 달걀말이이거나 소시지일 때도 있다. 근처에 식당에서 사 온 육개장이나 시장에서 사 온 돈가스도 단골 메뉴다. (집에서 튀김 요리는 하지 않기 때문에 튀겨놓은 것을 사 먹는다.)

간단히 만들어 먹는 집밥, 설거지거리가 적은 것이 핵심이다.


배달은 잘 시켜먹지 않는다. 1인 가구 이기전에 동생들과 꽤 오래 살기도 했지만, 치킨이 정말 먹고 싶거나 하는 것이 아니면 배달은 시키지 않는다.  1인 가구의 조심성이라고 하겠다. 요즘 같이 배달 음식 시켜먹기가 간편한 시대에 배달을 잘 시켜먹지 않는 것은 핸디캡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에 엄마가 보내 준 김치에 갓 지은 밥을 먹는 것이 큰 낙이었다. 대부분 식사를 밖에서 하게 되니 그렇게라도 집밥을 먹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집콕이 길어지면서 점점 주말 삼시 세끼가 힘들어지고 있다. 주말 점심, 저녁 중 한 번, 많게는 두 번 정도는 있었던 약속이 없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주말에 많으면 6끼, 적으면 4끼를 꼬박꼬박 무언가로 챙겨 먹으려니 피로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티브이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 카레며 고추장찌개 따위를 해 먹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었는데 시들해진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냉동식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


@@고, %%크 같은 마트에서 파는 냉동식품을 냉장고에 쟁여두기 시작했다. 1인 가구에게는 즉석식품이나 냉동식품을 사 먹는 것보다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식재료는 늘 남아서 냉장고 한켠을 차지하다가 음식물 쓰레기행이다. 마트에서 소고기 미역국 한팩을 사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한 것을 자연히 알게 되었다.


거기에 요즘에 나오는 냉동 만두들은 하나 같이 다 맛있는지! 냉동 주먹밥도 데워먹으면 그렇게 맛있다. 냉동이라고 믿기지 않는 퀄리티다. 냉동 치킨에다 멘보샤까지 제품으로 나와있다. 도무지 부지런을 떨 마음이 들지 않는 날에는 마트에서 산 냉장, 냉동식품만으로 삼시 세 끼를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


냉동만두를 찜기에 데우고 시판 국을 데운다. 마트에서 산 포장김을 접시에 담고 역시나 마트에서 산 김치를 꺼낸다. 밥솥에서 밥만 푸면 한상 차림이 완성이다. 이쯤 되면 집에서 먹으니까 집밥인 수준이다. (집에서 만들어서 집밥이 아니라!) 집밥과 외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이다.


이렇게는 집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싶어서 한 가지 반찬을 추가해본다. 명란을 넣은 달걀말이다.


달걀을 3개 풀고 잘게 썬 양파와 쪽파, 당근을 넣어서 다시 잘 풀어준다.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팬에 부어 직사각형 모양으로 부친다. 달걀이 살짝 익어 굳어질 때쯤 명란을 한쪽 끝에 두고 살살 넘겨가며 달걀말이 굴리며 익힌다. 이 부분이 조금 어렵다. 두툼한 달걀말이를 만들기 위해 다시 달걀물을 붓고 한번 더 말아준다. 다 익힌 후에 썰어주면 완성이다.    


집 밥 느낌을 내보자!


오늘 또 이렇게 주말의 한 끼가 지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어서 이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용기가 필요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