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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Sep 25. 2020

자기소개를 네 번쯤 하면,

동네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글을 올린 다음 날, 동네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글을 올리고 연락을 준 분들에게 오픈 카톡 링크를 보냈다. 오픈 카톡 링크를 보내면서 익명이 아닌 카톡 프로필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익명으로 단톡 방이 생기면서 생길 수 있는 안 좋은 일을 방지하고 싶었고 내가 아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차, ' 하고 생각한 것은, 익명으로 단톡 방을 만들어서 사람을 많이 받아서 활성화를 시킨 다음 오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을 모아서 방을 새로 만드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임의 인원은 8명 정도여서 그만큼의 인원만 선착순으로 받고 더 이상은 받지 않았는데  모임이 활성화되려면 사람 수는 우선 많은 것이 좋다. 그리고 실명 카톡 프로필로만 사람을 받으니 안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처음이라 그랬겠지만, 아쉬운 점이다.


단톡 방 참여 인원은 8명이었다. 결혼한 분도 있었고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참석하고 싶다고 한 분도 있었다. 남자가 3명, 여자가 5명이었다. 카톡방에 내 소개를 하고 처음 모임 날짜를 정했다. 동네 모임이라 부담 없을 테니 평일 저녁, 토요일 저녁, 일요일 저녁 가리지 않고 투포에 올렸고 가장 많은 사람이 투표한 날짜는 일요일이었다.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 몇 곳을 찾아 링크를 올렸고 모두가 가보자고 한 스패니쉬 레스토랑을 모임 장소로 정했다.





모임을 하기로 한 일요일 저녁, 모임장으로서 늦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레스토랑에 십분 전에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온 사람이 없었다. 약속 시간, 여자분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 두리번거린다. 그러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하게 웃으며, '혹시, ' 하고 묻고 여자분도 어색하게 웃으며 '맞아요,'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통성명과 자기소개를 하고 다시 기다린다. 그러면 비슷한 표정의 남자분이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고 역시나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통성명을 하고 나머지 인원을 기다린다. 첫 모임날, 자기소개를 4번쯤 했다.


맛있었던 음식과 즐거웠던 이야기들

첫날 오기로 한 사람들이 다 모이고 음식을 주문했다. 언론사에서 일하는 남자분 한분, 선생님인 여자분, 학교 교직원인 여자분,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남자분, 그리고 나. 첫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나이 때로 비슷비슷하고 걸어서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는 점도 비슷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현재 다니는 직장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등으로 흘러갔다.


나름 모임의 장이라서,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지 하고 고민이 되었는데 그런 걱정할 필요 없이 이야기가 술술 잘 되었다. 그래도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라서 조금 긴장이 되긴 했지만.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맥주까지 마셨다. 가장 오래 이 동네에서 머무른 여자분이 우리를 이끌었다. 가맥 스타일의 맥주집이었는데 적당히 여유롭고 편한 분위기였다. 각자 취향의 맥주를 시키고 지나가는 일요일이 아쉽다며 술잔을 기울였다.


일요일이었지만 집이 바로 코앞이었기에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부담이 없었다. 술을 마시고 들어가도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일요일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퍽 위로가 되었다. 이게 바로 동네 친구의 장점이구나, 싶기도 했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다음 모임은 평일 저녁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같은 방향으로 걷던 여자분이 다음에는 고기를 먹자면서 동네의 유명한 고깃집 이야기를 했다. 너무 좋다며 맞장구를 쳤다. 겨울의 초입, 코 끝을 스치는 매콤한 바람과 함께 좋은 예감이 들었다.



동네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금 시점과 시차가 있습니다. 작년 겨울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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