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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Feb 02. 2022

'그 해 우리는' 드라마에 내가 나온다고?

티보 에렘의 드로잉을 보고 나를 돌아보다

 2021년 12월 20일,  중국에 장기간 출장 가서 일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용희" 이름 단 두 글자만 툭하고 남겨 놓은 메시지에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즉각 답했다. "어인 일인고?" 바로 '그 해 우리는'이라는 로맨스 드라마 보냔다. "안 보는데, 추천하는 건가?"라고 되물으니 "니 나온다" 라며 "니는 이제 최우식이다"하고 했다(친구가 쓴 말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겼다). 음.. 술에 취한 건가 왜 갑자기 최우식인가 했고 금세 궁금증이 해결되고 말았다. 오해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건물 그림 그리는 아티스트로 나오는데 내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드로잉'이라는 매개체로. 그럼 그렇지. 갑자기 최우식이라는 배우와 내가 닮았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었을 테다. 그런데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그 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검색해보고 거기서 나오는 그림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몇 번의 검색을 더하다 보니 실제 그린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티보 에렘(Thibaud Herem)'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화가였다. 그는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어쩜 그렇게 정교하면서 선 하나하나가 실수 한점  없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차분함을 넘어 따스함까지 느껴졌다. 정말 감동적인 드로잉 작품들이었다.


티보 에렘(Thibaud Herem) 작품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어쩌면 글 서두에 먼저 써두어야 했을 것이지만, '그 해 우리는'에 나오는 그림이랑 내가 그리는 그림이랑은 다르다.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주 많이 다르다. 내 드로잉에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지게 했다. 그분 드로잉 작품의 완성도는 정말이지 빈틈없이 굉장하다. 그렇다고 위축이 된다거나 부정적인 생각은 일절 없다. 그는 그고 나는 나니깐.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그린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 (2018.08)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015년, 영국 여행을 하며 만났던 건축물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매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행을 추억하면서 펜으로 담을 때도 있었고, 여행을 하며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그리기도 했다.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 힐링하게 된다. 여러 가지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림 그리는 동안은 나를 아무 생각 없이 그림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다.


 '나만의 그림 스타일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연필을 잡고 쓰는 글을 '글씨체'라고 하듯 그림을 그리는 방법 및 표현법에 대해서는 '그림체', '화법'이라는 말을 쓴다. 고흐의 자화상, 해바라기 등은 누가 보더라도 '고흐의 그림'이다 라는 것을 알듯이 화가 혹은 작가만의 개성이 있다.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티보 에렘의 드로잉 작품들은 주로 건축물이나 나무들인데 오랫동안 봐온 작품이 아님에도  몇 점만 봐도 그만의 작품을 찾을 수 있는 자신이 생긴다. 정교하고 세밀한 선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견고한 느낌이 강렬하다.


티보 에렘의 '그 해 우리는' 도시 풍경 드로잉

 인터넷에는 티보 에렘과 인터뷰한 내용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궁금했던 점들을 먼저 물어봐주어서 좋았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며 그는 운이 좋아서 그만의 색을 빨리 찾았다고 한다. 그 말 뒤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이 들어간 일일까 싶었다. 그는 14살부터 그림을 매일 그리다시피 했고 작업량을 중요시하게 얘기했다. 그의 열정적인 꾸준함이 지금의 그가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그의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그렸던 그림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겼다. 결론은 '일단 그려보자'다. 그런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며 그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중국에 출장 가 있는 친구 외에도 주변에서 많지는 않지만 일부 가끔 연락을 해줬다. '그 해 우리는' 드라마 보니깐 내 생각이 난다고. 고마움이 컸다. 그림에 소홀하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열정을 지녔던가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한층 더 성장해보고픈 마음이 커졌다.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 '그 해 우리는'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나는 반 정도 봤다. 최우식과 김다미가 그려나가는 둘의 로맨스도 정말 재밌고 흥미롭지만, 최우식이 그림 그리는 모습, 드로잉 작품들을 보니 더욱더 내면에서 끌어 오르는 뭔가가 생긴다. 언젠가 내 집에 최웅의 그림 작업실처럼 꾸미고 살고 싶은 생각은 덤이다.


 더욱 꾸준히 마음을 다잡고 드로잉을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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