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Mar 27. 2022

펜 드로잉 전시 준비 과정

김해 드로잉 전시 설치 전까지의 과정

 펜으로 그림 그리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림을 액자에 담고 전시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로웠다.


 김해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와서 담아온 사진을 보면서 틈나는 대로 그려나갔다. 현장에서 보고 직접 담진 못했으나, 직접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지에서의 순간순간이 떠오르며 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21년 7월 초부터 시작해서 12월 초까지 약 다섯 달 동안 그린 그림은 총 8점. 하나의 그림은 평소 내가 그리는 기준 대비 크게 그려서 오래 걸렸고 나머지 그림들은 평소에 그리던 크기, 가방에 들고 다니기 편하고 시간 날 때 어디서나 그릴 수 있는 A5 크기(14.5cm X 21cm)의 종이에 틈틈이 담아나갔다.


 김해를 여러 번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정은 아무래도 친숙함을 바탕으로 한 '포근함'이었다. 봉황대길(봉리단길) 주위를 걷다 보면 어릴 적 봤던 부산 주택들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이는 곧 내가 살았던 동네와 어렴풋이 비슷하게 그리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김해 봉황동 봉황대길(봉리단길)

 



 그림을 완성해 나가면서 2021년 12월 말, 전시를 생각하다 보니 그림 담을 액자도 생각해야 했다.


 여러 드로잉 전시나 아크릴, 유화 및 수채화 전시의 작품들을 볼 때면 액자에 관심을 많이 갖는 편이다. 채색을 하지 않는 일반 펜 드로잉의 경우는 주로 나무틀 혹은 흰색이나, 검은색 액자틀을 사용하여 펜 드로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긴데 유럽의 유명 미술관 전시에서 본 작품들은 화려한 금빛 액자가 주로 쓰이지만, 그림 자체가 강렬하기 때문인지 인상적인 액자도 그림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액자 자체로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만 그림에 못 당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펜으로 담은 그림에 잔잔한 집중감을 주기 위해 검은색 액자틀을 선택했다.


 액자는 보통 전문 업체에 맡겨 그림 크기에 맞춰서 할 수도 있었지만, 비용이나 시간적인 여러 상황상 '이케아 액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이케아에 구경 가면 여러 크기의 액자를 사보면서 구상하곤 했는데 펜 드로잉 그림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 들었다. 


이케아 액자

 

 대부분의 그림들은 기존 액자 틀에 맞췄지만, 매트지의 크기가 맞지 않아 새로 제작하거나 다시 더 잘라야 했다. 여기서 매트지란 그림을 보여주는 부분과 액자 틀 사이 채워주는 공간으로 이해하면 된다. 매트지가 그림에 딱 맞지 않는 것을 옷에 비유하자면 맞춤정장이 아니라 기성복에 맞추는 것과 유사하다. 팔 길이가 너무 길거나 혹은 너무 짧아서 몸에 딱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액자 제작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전시 시작 시간에 맞추기엔 빠듯했다. 그렇게 주변 '액자 표구사'를 열심히 검색해보고 매트지 제작이나 수정 작업이 가능한 곳을 물색해 나갔다.


 며칠간의 휴가를 이용해서 액자 작업(그림을 액자에 맞추는 작업)과 직접 김해로 가서 전시 설치하는 것까지가 나의 마지막 남은 일이었다.


 사전에 전화로 알아본 곳에 액자와 그림들을 가져가서 맞춰보고 매트지 추가 제작을 의뢰했다. 사장님은 많이 바쁘셨지만 바로 제작해주셔서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여덟 그림들을 액자에 담는 작업뿐이다. 서둘러 돈을 지불하고 본격적인 액자 후속 작업을 위해 집으로 향했다.


액자 매트지 작업 사진


본격 액자 작업 전 모습


 집에 돌아와 방 한편에 미리 사두었던 액자들을 세워놓고 책상 위에는 가위, 자, 마스킹 테이프, 그림들을 올려두고 하나씩 작업을 시작해나갔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틀어 놓는 것은 필수다. 액자에 그림을 담는 것만 세부적으로 써도 글 한편은 쓸 수 있을 듯하지만 간략하게만 적고자 한다. 생각보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림을 액자에 담길 매트지에 올려놓고 마스킹 테이프를 길이에 맞춰서 부착한다. 그림이 딱 중앙에 오게 하고 앞으로 뒤로 여러 차례 쳐다보면서 균형을 맞춘다. 그렇게 테이프로 네 부분에 테이프로 붙이고 이제 액자 틀에 넣는 작업만 하면 된다. 액자의 투명판은 유리가 아닌 아크릴판이었고 양쪽에 보호비닐이 씌워져 있었다.  그만큼 보이는 면이 깨끗하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양쪽 비닐을 벗겨내고 난 뒤에 아크릴 판을 맨 앞에 두고 차례로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해놓은 그림을 놓고 마지막 나무 소재의 뒤판만 놓으면 완성이다. 


액자 작업 중간 사진


 이렇게 완성이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이 나타난다. 


 다 완성했다 싶어 액자에 담긴 그림을 보면, 그림과 아크릴판 사이에 나무 조각들이 일부 있고, 검은 플라스틱 조각들도 일부 보였다. 그래서 액자를 다시 분해해서 아크릴판에 붙은 이물들을 테이프로 찍어내며 제거했다. 휴대폰 액정 필름 교체하러 가면 액정을 화면에 붙이기 전에 테이프로 중간중간 먼지들을 떼어내는 작업과 아주 똑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한 그림에 기본 서너 번은 다시 액자 분리해서 아크릴판에 붙은 이물들을 떼어내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평소에는 접하지 못할 다른 작업들을 하다 보니 즐거웠다. 그리고 마치고 나니 뿌듯함이 앞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해 우리는' 드라마에 내가 나온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