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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Jul 31. 2022

세계 일주를 떠난 친구 이야기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난 친구

 처음에 '먹방' 영상을 보는 것이 이해가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재밌을까.'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먹방을 접해본 나로서는 새로웠다. 재밌고 계속 보게 되었다. 또한 뭔가 대리 만족하는 느낌이 들었다. TV 속 예능 볼 때 먹는 음식을 보면 야식을 시킨다거나, 다음에 약속이 있을 경우 그 음식들을 꼭 먹어봐야지 하면서 더욱 식욕을 돋우게 했고 영상을 보는 순간 소소한 행복을 체험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먹방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볼 때가 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큰 크기의 핀셋으로 잘 끓인 짜파게티를 집고 파김치로 둘러싼 뒤에 한입에 쏙 넣는 영상이다. 개인적으로 짜파게티를 좋아하는데  아주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고 난 다음날, 직접 끓여먹었다.





  사실 이 글은 '먹방'을 얘기하고 싶어서 쓴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리 만족'하는 것에 대한 글인데 '공기업 다니던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난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친구인데 자주 보거나 추억 가득한(?) 사이는 아니다. 그런데 드문드문 연락을 해도 어색함이 없고 이따금씩 만나서 술 한잔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학교와 직장 위치가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 맞춰 보는 게 쉽진 않았다. 본가는 서로 가까운 편이라  시간이 맞아지면 보고 안되면 막연한 다음 기회를 얘기했다. 그래도 너무 안 본 것 같다 싶을 땐 약속을 미리 잡아서 보곤 하는 사이다.



  회사에 들어간 뒤에 친구랑 한잔할 때였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 외에 내가 그림을 그린다거나 글 쓰는 것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잘'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더 늘 수 있기에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지만 서로의 앞날을 진심담아 응원하는 사이로 정의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하루는 부산 서면의 어느 한 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다 취해서 '진국은 끓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라는 오글거리지만 의미가 깊은 어록을 남기며 즐겁게 떠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그때 참 즐거웠는데.





 올해 5월 말쯤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간단히 그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 연락을 했었다.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신의 유튜브 채널 대표 화면과 본인의 얼굴이 그려진 티를 제작하고 싶단다. 그러면서 곧 퇴사하고 세계일주를 떠날 것이라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다는 것 자체에 부러움과 대단함 그사이의 정의 내릴 수 없는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내심 부러웠고 또 걱정도 들었다.


 그의 부탁은 아주 대충 얼굴을 간단히 그려달라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리는 그림체와는 달랐다. 더군다나 연필이나 펜이 아닌 전자기기를 통해 그려진 그림을 원했다. 태블릿과 같은 신문물로 그리는 것에는 일가견이 없어서 어려울 수 있다고 거듭 말했지만 진짜 괜찮다며 간단히 그려주길 바랐고, 갤럭시 노트10을 소유한 나는 노트 펜을 갖고 간단히 그려서 전달했다. 얼마나 지우고 그리고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애석하게도 친구 얼굴과는 많이 다르다. 이 글을 빌려 다시 한번 미안함을 전해 본다.



 5월쯤 전화할 때 '유튜브'를 한다고 했었다.


 다 계획이 있던 친구는 아직까지 본인의 채널을 공개하기 쑥스러워했지만 구독한다며 바로 알려달라고 해서 링크를 전달받아 감상해봤다. 아직 해외 떠나기 전이어서 국내의 여러 곳을 다니며 백패킹을 하는 영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던 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을 보니 놀랐다.


 여행의 영상미를 위해 드론으로 풍경을 담은 것도 신기했고,  배낭을 메고 야생에서 1인 텐트를 치고 챙겨 온 음식들을 조리해 먹는 것들이 흥미로웠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경치에 중점을 맞췄길래, 나는 음식 먹는 비중도 좀 높여줬으면 한다고 주문했고 나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게 반영되어 만족스럽다. 지금도 재밌게 보고 있다.


 그의 '자유로움'이 내가 '자유롭고 싶은 마음'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7월 초, 그는 '인도'를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떠났다.


 영상 속에 담긴 그가 있는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환경이라 마음 편하지 않았지만 자주 영상이 올라오니, 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지만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허락을 구하고자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서 근황을 얘기하다 다음 여행지는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했다. 흔한 해외 여행지가 아닌데 대신해서 보고 간접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친구가 유명해지면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켜주기로 했는데 그러한 날이 오길 꼭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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