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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희 Jun 11. 2023

노트르담 대성당 수채화

엽서 크기 종이 드로잉 및 수채화

 최근 드로잉에 몰두하고 있는 풍경은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요즘 그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평소 그리는 것보다 비교적 큰 그림을 다루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과 세밀하게 표현함에 있어 직접 찍어온 사진은 오래되다 보니 화질이 선명하지 못한 점이다. 그래서 그리다가도 멈출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중단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은 내야 한다.


 드로잉을 하는데에 개인적으로 '성취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되고 쌓여가는 모습에도 만족하지만, 완성까지 이르면 뿌듯함과 만족은 배 그 이상이다. 진전이 크게 오지 않는 작업에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없었기에 기분 전환도 할 겸 중간에 다른, 상대적으로 빠르게 끝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독서할 때 다음 책을 읽기 전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다른 책을 둘러보는 것처럼.


그렇게 무엇을 그리면 좋을지 여행 다녀온 사진들을 둘러봤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바라본 풍경


 엽서 정도의 크기(10.5 X 15.5cm) 아르쉬 중묵 종이를 꺼내놓고 그림 대상 선정에 들어간다. 2019년 8월 말에 영국과 프랑스를 여행하며 담은 사진을 보다, 파리를 담은 풍경들을 보고는 혼자 거닐며 열심히 돌아다녔던 추억에 잠시 잠겼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담은 정사각형 프레임의 사진 한 장에서 멈췄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라는 큰 아픔을 겪은 뒤 얼마되지 않아 마주했는데 크레인과 복구를 위한 주변 철골 구조물들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가만히 바라보며 숙연한 자세로 잠시 멈춰 섰던 기억이 난다.




 

 펜의 비중이 덜한 작업을 하고자 수채화까지 생각하고 종이도 일반 엽서 크기로 한 단계 낮추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소금빵을 주문해 놓고 음악을 들으며 집중했다. 4B 연필을 잡고 대략 중간 위치로 맞추고는 형태를 잡으며 스케치해 나갔다.



 확실히 그림 그리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보니 나름 빠르게 진행되었다. 간단히 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스테들러의 피그먼트 라이너 0.05mm 펜으로 윤곽을 선명히 잡아나간다. 수채화를 할 것이므로 건물 내 공백에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붓으로 색을 다채롭게 채워나갈 수 있으니.


 드로잉을 하다가 문득 기존에 그린 그림을 잠시 쉬고 싶었던 이유가 또렷해졌다. 어느 순간 '부담'을 느껴서다. 제대로 잘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시간 소요가 많이 필요해짐에 따라 발생하는 중압감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마음은 떨쳐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으면 한다. 모든 게 나 하기에 달려있다.



 연필로 스케치한 것을 따라 펜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 하고 난 뒤에, 연필의 흔적을 지우개로 지워나갔다. 그렇게 밑그림까지만 카페에서 완성한 뒤에 집으로 돌아와 생수 페트병 반 자른 통에 물을 받고 팔레트를 열고 붓들을 가지런히 놓고 채색을 시작했다. 수채화는 또 오랜만이어서 낯선 감이 있었지만 이내 적응하게 된다.



 연한 바탕의 색을 시작으로 조금씩 농도가 짙어지는 물감을 배합하여 서서히 채워나갔다.


 주로 흑백 위주인 펜 드로잉을 해왔지만 가끔은 캔버스에 아크릴화라든지, 수채화도 가끔씩 한다. 그러다 보면 내적 외적 분위기 환기도 자연스레 따라옴을 느낀다. 색채감을 표현하는 데에 부족한 부분이 보이긴 하나, 생동감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 만에 모든 것을 끝낸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할애해서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부담감은 내려놓고 예전의 모든 열정을 찾도록 마음 다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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