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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bird Dec 01. 2022

단독주택과 친해지기

(부암동 이주기)


아파트 촌놈이 주택살이를 시작(정확히는 1월부터 예정)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바로 '무지', 이로 인한 '무능'이었다. 한마디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아파트라는 공동 주택은 모든 게 세팅되어 있는 상태에 몸만 구겨넣고, 거기에 나를 맞추면 되는 생활이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관리사무소다 방재실이다 해서 모든 걸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연찮게 가입한 아파트 단톡방에는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넘쳐났다.

​주택은 달랐다. 공구 이름 하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어디다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뭐 하나 해결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처럼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첫번째 시련(?)이 닥쳐왔다.

​한보.

무식장이지만 그래도 주택에서 한파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안다. 보일러가 터졌네 수도계량기가 얼어붙었네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니까. 난 우리 집 수도계량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넋놓고 있을 순 없지. 사흘 사이에 다이소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뽁뽁이, 문풍지, 파이프 보온재, 틈막이 보온재.. 지금껏 거들떠도 안 보던 물건들을 사긁어 모았다. 집안은 단열도 새로 했고, 섀시도 충분히 두꺼워서 상관없지만 기존 다용도실은 옛날 한겹짜리 섀시 그대로라 냉기가 많이 들어온다. 아내와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뽁뽁이를 붙이고 우레탄 문풍지를 잘라 창틀 틈을 막았다. 은박이 입혀진 파이프 보온재도 잘라 마당 수도관을 감쌌다. 수도계량기도 대문 근처에서 발견했다. 열어보니 공간 사이즈에 맞춰 스티로폼 뚜껑이 크게 짜여져 있는데 그 아래로는 텅 비어있어 챙겨간 헌옷들을 꽉꽉 눌러담았다.

얼추 작업이 끝나고 이제 보일러. 아직도 헷갈린다. 온수는 그냥 나온다더니 콘트롤러에 따로 있는 온수 설정은 또 뭐고, 온도는 왜 또 감이 안 잡히게 66도 76도 이러냐.. 온도를 설정해놓고 돌리는게 나은 건지, 타이머로 1시간에 10분 이렇게 돌리는 게 나은지도 헷갈리고..그냥 아파트처럼 외출로 눌러 놓으면 편할텐데 전화했더니 강추위에 그러면 또 안 된다고 하고.. 공부할 것 천지네. 마지막으로 주방, 화장실 수돗물을 똑똑 떨어지게 틀어놓는 걸로 기본적인 한파 대응을 마쳤다.

​이렇게 추울까 얼까 걱정하며 여기저기 칭칭 막고 두르고 보니 집이 마치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십 년 산 아파트에선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 우리 집과  조금 친해진 것 같아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

​험한 일만 한 것 같아 집에서 가져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새로 산 의자 옆에 놓았다. 눈이 오면 마당 풍경이 좋겠다. 우리 집 비즈니스 클래스 by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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