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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래
Feb 23. 2020
글쓰기 1
글을 왜 썼더라
습관이 행동이 되고 인격이 된다, 그 인격은 인생이 된다.
이런 말을 들었다. 나에게 이 말이 꽤 무섭게 다가왔다. 내게 규칙적인 습관이 많지 않기에.
그래서 올해 다짐 중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어보고자 글 쓰는 요일을 정했다. 목요일로.(허나 오늘은 일요일)
오늘만 목요일에 못 쓴 글을 쓰고 다음 주부터는 꼭 목요일마다 글을 쓰리라!
글쓰기, 내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글을 쓰기로 다짐한 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삶을 기록하자' 하고 다짐한 건
2018년 Meisner Technique Acting workshop 이후부터다.
그 날, 워크숍 멘토인 선생님은 자유 주제로 자신에 대하여 써오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펜을 쥐었지만 글은 안 써지고 생각만 많아졌다.
'이걸 왜 쓰라는 거지, 또 왜 연필로 적으라는 거야.... 사실을 어느 정도까지 써야 하지, 잘 써야지, 아니야, 아아아아 내가 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뭘 써야 할지 막연했다.
주제를 다시 곱씹었다.
'자신에 대하여'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지 생각을 하다가,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던 때라 할머니의 얼굴이 묻어 있는 내 삶에 대해 적고 싶어 졌다.
글감은 정해졌으나 뭐부터 써야 할지 몰라서 일단은 쓰기 시작했다.
내가 어린아이 일 적 할머니의 손을 잡은 때부터, 나보다 키도 작아지고 걸음도 느려져 아이같이 약해져 갔던 할머니의 모습들 까지, 그 순간들을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
글은 신기하게도 나를 기억 속으로 끌고 들어 갔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외로웠던 어린 시절과 난 사랑받지 못했다 믿고 구석에 박아둔 기억 저 멀리서
할머니의 의외의 행동들이 발견되었다. 그 행동 속에서 할머니가 나를 사랑하고 계셨음이 재차 확인이 되는 것이다.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추억에 젖은 감상만이 다 가 아니었다.
할머니가 남긴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같은 그냥 평범한 삶 속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모습들이었다.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사진처럼 떠오를 때마다 그 속에는 사랑이 있었다.
실제로 사진으로 남겨 두지 않았단 게 애석했다.
머릿속에 찍어둔 모습들을 서둘러 글로 옮겨 적었다.
후회되고 후회됐다.
사람은 사진으로든, 글이 로든 꼭 남겨야 하는구나.
글을 거듭 수정하고 매듭짓고 나서야 느꼈다.
다행이라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감사함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사실들을 글은 내게 묵묵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너 사랑받고 있었어'라고.
그렇게 내 글쓰기의 기원은 후회에서 비롯되었지만 기록에 대한 절실함과 감사함을 간절히 느꼈다.
나는 아직 글을 잘 못쓰지만 삶의 평범한 날들을 적어 남기는 글을 쓰고 싶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꾸준히 쓰지 못하는 내 습관을 고쳐 글 쓰는 습관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글쓰기 습관이 어떻게 좋은 인격과 삶을 가져다 줄지 잘 모르겠지만, 난 감히 예상해본다.
기필코 감사하고 좋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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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얼굴과 무늬들을 바라보고 적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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