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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Jul 12. 2024

버닝썬에 대한 데이터 분석가의 시각

PD수첩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


지난 6월 말 경, PD수첩 작가라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 버닝썬 편을 준비중인데 관련해서 데이터 분석을 해 줄 수 없겠냐고.

불과 방송 1~2주 전의 일이었다. 

간단히 현상만 본 결과 한 페이지 주면 되겠냐고 했는데 처음에는 좋다고 감사하다고 하더니

그 이상, 또 그 이상을 바랬다. 그러면서 시간은 또 없단다..


나도 시간 없다고, 일 하느라..


말은 그렇게 해 놓고도 성정이 호구라 또 부랴 부랴 데이터를 파 봤다.

추가로 인터뷰를 해 줄 수 없냐길래, 친히 MBC까지 방문해서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촬영했다.





그리고 방송 당일. 방송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통편집되어서 방송에 안 나갈 거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야, 이 씨... 


통편집 된 것도 열 받지만, 통편집 소식을 몇 시간 전에 전하는 태도는 정말.. 


어쨋든 그래서 가지고 있던 자료는 써 먹지도 못하고, 

유튜브에나 올릴까 싶어 촬영한 영상을 받았는데 화질을 낮췄는지 엉망이고..

그래서 여기에 몇 가지 데이터로 본 내용과 내가 주목한 사회 현상을 적어 보려고 한다.





딱, 요 한 장의 그래프를 그렸을 때 한참을 봤다. 내가 데이터를 잘 못 뽑은 건가..?


버닝썬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2018~2019년

SNS 커뮤니티 채널의 언급량과 언론 보도량을 비교해서 그린 차트이다.


무엇이 이상하냐면, 각종 커뮤니티 채널에 게시된 정보량과 언론 보도량이 거의 일치한다는 거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보통 사회 이슈가 터지면


1. 언론 보도량보다 SNS 게시물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언론사가 올리는 기사의 규모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올리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두 채널의 정보량이 거의 일치한다.


2.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그리고 오래 받는 이슈일수록 언론 보도량과의 추세가 다르다.

   언론 보도량의 추세에 비례해서 SNS 게시물 추세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언론 보도량의 추세와 SNS 게시물 추세가 거의 일치한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1. 언론 보도량이 어마무시했다는 것이다.

2. 사람들이 언론 보도 내용을 쫓아 가기에 바빴다.

   즉,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주장하고 언론에서 보도한 것 이외 내용을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사회 이슈가 언론을 쫓아가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게 대중화되고 공론화되는 사회 이슈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2019년에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일본 불매 운동이 그랬다.



당시에 진행했던 데이터 분석을 보면 차이가 보일 것이다.

(전체 보고서는 http://bigdata.emforce.co.kr/index.php/2019100701/)


당시 처음에는 언론과 SNS 정보량이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NS 상에서의 언급 내용과 추이는 언론 기사를 쫓지 않고

자발적으로 콘텐츠들을 양산해 냈다. 그 결과가 바로 노재팬 운동이다.

여론 스스로 거부할 브랜드들을 정하고 서로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을 주도했다.


이 당시에는 오히려 언론이 여론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버닝썬의 경우 언론과 여론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비슷하다. (wordcloud)



하나 하나 뜯어보면 다른 부분이야 있겠지만 대체로 연예인 얘기가 많다.

누가 어땠고 누가 등장했고 누가 ....


그리고 이 당시 언론 기사들을 훑어 보면, <속보> <단독> 이런 내용들이 많다.

언론이 중계하고 여론은 퍼나른다. 자발적인 의견이 있어도 주로 연예인 얘기 뿐이며

자발적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라고 물으면, 아니, 뭐 어떻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다만, 버닝썬에 대한 이슈는 당시 떠들썩했지만, 재점화 되기 쉽지 않은 주제일 것이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최근에 BBC에서 버닝썬 이슈를 다시 다루면서 다시 회자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한정적이었다.

사람들에게 '버닝썬'은 심각하지만, 다시 불을 붙일 정도의 이슈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1. 그 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사회적 여건도 경제적 여건도 많이 달라졌다.

    한창 이슈가 되던 2019년은 코로나 이전의 마지막 시기였다. 

   그 이후로 우리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 시기를 보냈지 않은가.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퍽퍽해졌다. 예전의 이슈를 다시 꺼내 볼 여력이 없다.


2. 당시에도 버닝썬 이슈는 연예인 이슈였다. 정치적인 이슈, 권력에 대한 비리 같은 것이 있었지만

    연예인 이슈만큼 대대적으로 보도 되지도 않았다. 해결된 것도 없다.

    최근 갑자기 등장한 BBC 방송 역시 여전히 충격적이지만, 연예인 이슈였다. 

   연예인 이슈는 화제성은 크지만 지속성은 약한 부분이 있다.


3. 새로운 얘기가 없다. 정말 어디서 들었던 얘기들이 구체화 되는 건 있는데, 몰랐던 사실들은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새롭거나 아주 충격적이었던 얘기는 또 없다.




그런데, 데이터 분석과 별개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고 싶은 게 있다.

버닝썬 사태 이전의 '버닝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땠는가 하는 것이다.



차트에서 노란색은 인스타그램에서의 버닝썬 관련 언급 추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2018년 1월부터 2019년 6-7월 정도까지 높게 치솟아 있다.

그리고 파란색은 트위터 정보량인데 높아지는 시기가 버닝썬 사태가 막 터졌을 때이다.

버닝썬 사태가 터졌을 때보다 

그 이전의 인스타그램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은가?


이 당시에는 버닝썬이 오픈한 시기였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메인으로 올리는 곳이다.

아마 버닝썬 클럽에 놀러갔던 사람들이 올린 게시물일 것 같다.


그런데 왜 버닝썬 사태 당시의 게시물보다 훨씬 많을까? 나는 이 부분이 궁금했다.

저 많은 사람들은, 저렇게 많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은 버닝썬 사태가 터지고 다 어디로 갔을까?

저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이 즐겼던 곳이라면, 

버닝썬 사태가 터졌을 당시 더 폭발적으로 반응했어야 하지 않을까?


버닝썬 클럽을 즐겼던 사람들과 버닝썬 사태에 공분했던 사람들이 혹시 다른 것일까?

(나쁜 것을 즐겼다는 게 아니라 클럽에 놀러갔던 등을 얘기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데이터를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의문도 들었다.

데이터를 더 찾아 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쓰지도 못할 거 관뒀다.




사회 이슈에 대한 분석은 어렵다. 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회 이슈를 분석할 때는 여론과 언론을 면밀히 비교해야 하고

단순 추이가 아닌 관심 내용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살펴 봐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며칠 잠깐 보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관심이 있다, 없다, 크다, 적다가 아닌, 관심의 무게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얼만큼 무게 있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갑자기 급 진지 모드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곱씹게 되는 주제여서 공유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2sbkVjBGqNg&t=1s



#버닝썬

#빅데이터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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