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AI 시장이 맞이할 진짜 시험
지금의 AI 열풍을 칼로타 페레스의 기술 혁신 주기로 읽어보면,
하나의 기술이 산업을 넘어 자본, 노동, 제도, 사회 질서 전체를 다시 흔들기 시작하는
초입에 더 가깝다.
칼로타 페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AI 열풍은 제5차 정보통신 혁명의 연장선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기술 질서가 깔리기 시작하는
제6차 혁명의 설치기(Installation Period)로 볼 여지가 크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지금 그 설치기의 한가운데, 혹은 ‘광란(Frenzy)’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매우 예민한 구간을 지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페레스의 이론에서 설치기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질서를 깨고 등장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아직 기술이 완전히 사회에 안착한 것도 아니고,
수익 구조가 안정된 것도 아니고, 제도가 정비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돈은 가장 먼저 움직인다.
왜냐하면 시장은 늘 “지금 돈이 되느냐”보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AI가 정확히 그렇다.
2022년 말 ChatGPT의 등장은 단순히 서비스 하나가 나온 사건이 아니었다.
그건 사람들이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한 사건에 가까웠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정보를 찾던 흐름에서,
이제는 자연어로 묻고, 정리 받고, 초안을 만들고,
판단의 재료까지 받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건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다.
왜냐하면 기술의 본질은 성능만이 아니라
“사람이 그 기술을 다루는 방식”이 바뀔 때 진짜 힘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ChatGPT 이후의 AI 붐은
하나의 앱이 뜬 게 아니라
하나의 인터페이스 혁명이 시작된 사건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페레스식으로 보면 설치기의 후반은 늘 금융 자본이 주도한다.
즉, 기술이 충분히 증명되기 전에
자본이 먼저 미래를 선점하려고 달려드는 구간이 온다.
현재 AI 산업이 딱 그렇다.
-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급등,
- 오픈AI를 둘러싼 천문학적 투자,
-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경쟁,
- GPU 확보 전쟁,
- 모든 기업의 “우리도 AI 합니다” 선언까지.
이 흐름을 보고 있으면
지금 시장은 실제 수익보다 미래 기대를
더 비싸게 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꼭 비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페레스의 관점에서는
이런 과열이야말로 새로운 기술 혁명 초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매우 전형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은 과잉 기대와 과잉 투자, 과잉 해석 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늘 그 과정에서 거품이 만들어진다.
즉, 지금의 AI 과열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혁명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열”로 읽을 수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AI에 대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하나는 “AI가 세상을 다 바꿀 것이다”라는 과열된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돈도 안 되고 실체도 없다”는 냉소다.
그런데 페레스의 관점은 이 둘과 조금 다르다.
중요한 건 AI가 당장 대단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기술이 앞으로 자본과 산업, 제도와 노동의 구조를 바꿀 만큼의 힘을 가졌느냐이다.
즉, 성능 논쟁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기술이 기업의 생산 방식, 사람의 일하는 방식, 사회의 규칙을 바꾸기 시작했는가이다.
그 질문으로 보면
AI는 이미 충분히 위험할 정도로 큰 변화의 문턱을 넘었다.
페레스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광란 뒤에는 반드시 전환점(Turning Point)이 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전환점은 대개
시장 붕괴, 경기 조정, 제도 충돌, 사회적 갈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GPU를 사들이고 모델을 구축하고 AI 조직을 키웠는데
그 결과가 실제 매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시장은 냉정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미래 기대”는 순식간에
“과잉 투자”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이게 바로 전환점이다.
즉, 앞으로 AI 시장이 맞이할 진짜 시험은
“기술이 더 좋아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기술이 실제 경제적 효율로 연결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기술보다 제도가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AI는 이미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코드를 짜고, 고객 응대를 하고,
문서를 요약하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그런데 법과 제도는 아직 한참 뒤에 있다.
- 저작권은 어떻게 볼 것인가.
- AI가 만든 결과물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를 사회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 기업은 생산성 향상으로 생긴 이익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질문들은 아직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페레스의 이론에서 전환점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기술의 속도와 사회의 속도가 충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AI의 진짜 위기는
모델 성능이 멈추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데서 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페레스 이론이 흥미로운 이유는 비관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버블과 혼란, 충돌의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기술이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연결된다고 봤다.
즉, 진짜 중요한 건 설치기에서 얼마나 화려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이 배포기(Deployment Period)로 넘어갈 수 있느냐이다.
배포기로 넘어가면 판이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금융 자본보다 생산 자본이 더 중요해진다.
즉, “누가 더 많은 투자를 받았는가”보다
“누가 이 기술을 실제 산업과 서비스에 가장 잘 녹여냈는가”가 중요해진다.
AI도 결국 이 단계로 가야 한다.
지금은 모델, 반도체, 인프라,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예를 들면,
(1) 제조업에서 생산 공정을 더 정교하게 최적화하는 기업
(2) 의료 현장에서 진단과 기록 업무를 혁신하는 시스템
(3) 교육 현장에서 개인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4) 사무직의 반복 업무를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워크플로우 도구
같은 영역들이다.
기술 혁명의 황금기는 대개 그 기술이 가장 시끄러울 때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술이 너무 익숙해져서
사람들이 더 이상 그것을 “혁신”이라고 부르지 않을 때 시작된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AI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이건 AI 기반입니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 그냥 업무에 들어 있고,
- 그냥 서비스에 들어 있고,
- 그냥 일상에 녹아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비로소 AI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만의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기반 기술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이
페레스가 말한 배포기,
즉 황금기(Golden Age)에 가깝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결론이 하나 나온다.
AI 혁명이 성공하려면
좋은 모델과 빠른 반도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 AI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 생산성 향상으로 생기는 부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 교육은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가.
- 기업과 정부는 이 변화를 어떤 속도로 흡수해야 하는가.
그리고 페레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통찰도 바로 여기 있다.
기술 혁명의 성패는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했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기술을 사회가 얼마나 잘 제도화하고,
산업이 얼마나 잘 흡수하고,
사람들이 얼마나 잘 적응했느냐에 따라 갈린다.
정리하면 지금의 AI는 대체로 이런 위치에 있다.
(1)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분명히 시작되었다
(2) 금융 자본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3) 기대와 과열이 실제 효용보다 앞서 달리고 있다
(4) 머지않아 조정과 충돌의 전환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5) 그 이후에야 비로소 진짜 산업 혁신과 사회적 확산이 시작될 것이다
즉, 우리는 지금
AI라는 거대한 파도의 “초입”을 지나고 있다.
지금 시장의 과열과 혼란만 보고
“AI는 거품이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고,
반대로 지금의 기대감만 보고
“AI가 모든 걸 해결할 것이다”라고 믿는 것도 위험하다.
더 중요한 건 이 기술이 앞으로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 구조 변화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보는 일이다.
결국 AI를 읽는다는 건
기술을 읽는 일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는 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칼로타 페레스의 이론은
지금 이 거대한 혼란을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전환기로 바라보게 만드는 매우 강력한 프레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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