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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Dec 27. 2024

08.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이유

아무리 좋은 친구가 있고 따뜻한 가족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아닌 이상 그 힘듦을 온전히 공감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사실상 정말 좋은 친구와 따뜻한 가족이 곁에 있는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것은 내가 발병 후 형언할 수 없는 외로움과 치열하게 싸운 이유이기도 하다.      


매 순간 매분 매초가 외로움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인정한 후, 나를 뒤덮었던 어두움도 점차 물러나기 시작했다.  

    

반쪽짜리 평화가 찾아온 후, ‘그럼 이제부터 어떡하지?’란 물음표가 던져졌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가장 편한 방법인 글쓰기를 통해 위로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 끄적이면 머잖아 그만둘 것 같았다. 그때 생각난 것이 언젠간 해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브런치 작가 지원이었다.   

   

인지 장애가 왔다고 하지만, 한 때 글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낙방은 생각도 안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글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담당자의 취향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을 더 굳건하게 만들 나만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인에게 글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과는 낙방보다 더 처참했다. 

    

“이 글 AI가 썼어? 좀 이상한데?”


기가 차면서도 내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피드백이었다. 그때는 뭐든 쉽게 포기하곤 했는데 이것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후 며칠 동안 수정을 거듭한 후, 브런치 작가로 데뷔? 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먼저는 내가 위로받기를 원했고, 나아가 나와 비슷한 터널을 걷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기를 바랐다. 많아 봐야 10명 남짓이 읽는 글이지만, 이에 따라 내가 치유된다면... 그리고 한 명에게라도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이전 같지 않게 투박한 글을 쓰더라도 그 존재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이유이다.      


읽히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길, 예전처럼 쓰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길, 조금씩 나아가 언젠가는 따뜻한 햇살을 마주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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