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병을 알린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운동하라는 것이었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따끔하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가장 절실히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은 최대한 빨리 병을 떼어내고 싶었던 나였다.
그러나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은 좀처럼 이불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사람에게 당장 뛰라고 하니... 간극이 너무 컸다. 그래서 갖가지 조언에 그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운동하면 효과가 바로 나타날 텐데 낫고 싶지 않니?”란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표현만 다를 뿐 운동이 좋은 걸 알면서 왜 하지 않냐고 채근하는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다.
우울감이 점령하면 찾아오는 무기력은 단순한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걸 대부분 사람은 잘 모른다. 나도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장점을 한 가지 꼽자면 무지가 얼마나 잔인한 폭력성을 가질 수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 이후부터 경험하지 않은 일에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는 건네지 않게 되었다.
꾸준히 관리한 덕에 감사하게도 약의 개수를 많이 줄였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병을 평생 관리해야 할 수 있다는 말로 언제 이 무거운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가게 될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체감하기로는 인지 기능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90%는 회복된 것 같다. 회복되지 않은 10%가 때때로 일상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두려움을 만들어 괴롭기도 하지만, 처음 발병했을 때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평생 병을 관리하며 지내게 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진정으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그리고 우울감 없는 맑은 하루를 맞이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