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그리고 다시 온라인 수업
말레이시아에 처음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던 작년 3월...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정부지침에 따라 온라인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사용하던 아이패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만 해도 단기적인 일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말레이시아의 확진자수는 초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져버렸고
겨울방학이 끝나 오늘 개학을 했던 우리 아이들은 내일을 끝으로 다시 기약 없는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사실 이런 시기에 학교에 보내라고 해서 더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확진자수는 늘어만가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국제학교를 다시 오픈하라는 정부지침에 의해
대면 수업을 하게 된 것이었기 때문에 학부모 중 몇 명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나도 개학을 앞두고 주말 내내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분명 다시 학교가
문을 닫게 될 거라는 예상도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국제학교는 미국계의 학교라서 새 학년이 가을에 시작된다.
지난 9월 6개월 동안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꿈같은 학교생활을 만끽했다.
엄마들도 아이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져서 원래의 일상을 조금씩 찾아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말, 아이들은 2주간의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에서 살게 된지 1년 반 정도가 되어가고 있는 나와 아이들은 집에서만 지낸 기간이 자유롭게 바깥출입을
하던 기간보다 길다. 이제 아이들도 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달갑진 않아도 묵묵히 집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짐을 받으러 가야 한다.
분명 오늘,
집에서 학교로 짐을 가져갔는데 말이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또 적응하며 성장하며 살아가겠지..
집에서만 콕 박혀 지냈던 우리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많이 자라 있었다.
신체도 많이 성장했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자라 있었다.
상황이 어려워도, 답답해도..
그 안에서 성장하는 게 인간이지 싶다.
돌아보면 아이들과 집콕하며 지냈던 지난 수개월 동안 나도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고 많은 일들을 시도했다.
아이들에게만 쏟던 에너지를 나에게도 쏟게 되었고
아이들에겐 조금 소홀했을지 몰라도 나의 꿈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떠나올 즈음에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도 집콕이 길어지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아이들과 함께 항상 붙어 다니게 되면서 콘텐츠의 방향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아이들 교육에 집중되어있던 콘텐츠들은 어느덧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로 바뀌어 버렸고 그를 계기로
구독자들도 증가하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멈춘 듯 보이지만 어떤 쪽으로든 발전하고 있다.
눈물 나게 짜증 나는 이런 상황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가볍게 받아들이자.
그냥 하나의 콘텐츠 거리로 생각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