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2년 가까이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한 번도 이렇게 혼자 걸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당연한 듯 차를 타고 이동을 해왔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을 해본 적은 많이 없다.
집 밖으로 두어 걸음만 걸으면 항상 차가 세워져 있었고 아이들과 수영을 하러 단지 내를 이동할 때에도 늘 차를 타곤 했다.
아마 말레이시아의 한 낮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돼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싫어서였을 것이다.
아침엔 늘 아이들 챙기기에 분주하기도 했고 오후가 되면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또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산책을 하지 못했다.
요즘 들어 습관에 관한 책, 아침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읽는 책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매일 아침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공부도 했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날은 일어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봤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었고 나 혼자 주차장에서 스트레칭만 하고 돌아오자라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너무나도 상쾌한 공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꼭 왜 이제 왔느냐고 이야기하는 듯 나의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날려주었다.
나도 모르게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맑은 공기와 함께 부드럽게 부는 바람이 참 시원하게 느껴졌다.
에어컨 바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청량한 바람...
걸으면서 자연스레 주변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활짝 핀 예쁜 꽃들과 그 주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작은 나비들이 있었다.
저마다 개성 있는 초록빛을 뽐내며 바람결에 잎을 움직이는 나무들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예쁜 꽃길을 만든 노란색 꽃잎들도 있었다.
사람들만 빼고 세상에 있는 나머지들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 단지 몇 걸음 더 걸어봤을 뿐인데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그동안 난 왜 이 아름다운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을까...
코로나 이전엔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코로나 이후엔 갖가지 염려로 이런 시간을 갖기가 참 어려웠던 것 같다.
매일을 사람들 속에서 바삐 보냈던 과거의 일상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요즘의 내 일상이다.
그땐 바삐 지내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지루하고 버겁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여유로운 지금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매일 시작되는 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건 항상 똑같아 보이는 일상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들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때론,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 한 장이,
책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글귀가,
향긋한 차 한 잔이...
나의 하루를 어제와 다르게 만들어준다.
예전엔 뭔가 대단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찾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고 그것만이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일상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이 참 귀하게 느껴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이름에 묻혀 무심코 지나쳐 버릴 때가 많지만 내 삶에 힘을 실어주는 작은 행복들...
오늘도 여기저기 숨어있는 작은 행복들을 많이 많이 발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