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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쌤 Mar 23. 2023

아줌마 초보유튜버의 대단한 착각

그 땐 그랬지…

사람들은 유튜브를 시작하고 본인이 만든 영상이 공개되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고 자신을 향해 좋지 않은 평가를 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런데...
유튜브를 막상 시작하게 되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곧 깨닫게 된다.

2019년..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뒤 나는 곧 두 번째 인형 만들기 영상도 올려보았다.

두 번째로 올린 영상도 처음 올렸던 영상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며칠 후 나는 두 딸을 데리고 말레이시아로 한 달 살기를 다녀오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낸 한 달간의 생활이 참 좋았던 나는 아이들과의 해외살이에 대해 남편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고 오랜 고민 끝에 결국 해외에 나가 몇 년간 살아보기로 결정을 했다.

말레이시아로의 이주를 결정하게 되면서 운영하던 공방을 정리하게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인형 만들기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나는 첫째 아이와 함께 독서를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엄마표영어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나오는 아웃풋이 너무나 훌륭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노하우와 정보를 나눠줄 수 있는 채널로 유튜브가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의 콘셉트를 엄마표영어독서로 잡고 새롭게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왜 엄마표 영어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했다. 그냥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스크립트도 없이 즉흥적으로 말을 하며 녹화를 했다.

카메라 앞에서 몇십 분 동안 신나게 떠들고 난 뒤 편집 앱으로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은 삭제하고 말을 더듬거나 침묵이 흐르는 부분 등을 잘라내어 영상을 만들었다.


편집을 하고 나니 원본 영상에 비해 말을 꽤나 조리 있게 하는 것처럼 들렸고 드디어 엄마표영어독서를 주제로 한 첫 영상이 준비되었다.

그런데 인형 만들기 영상과는 다르게 내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져 있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리려니 조금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이상한지...



이미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고 해도 생각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은근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것이니 한번 시작해 보자.‘

고민 끝에 어렵게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영상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아... 역시 괜한 걱정이었구나..‘


‘영상이 유명해져서 사람들에게 내 얼굴이 너무 많이 노출되면 어쩌지?’ 하고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될 뻔했다.

남편을 제외한 내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렸다는 사실을 몰랐고 영상의 조회수도 잘 오르지 않았으며 댓글 또한 달리지 않았다.


처음 며칠 동안 남편이 집에 없을 때 조회수가 하나, 둘 올라가거나 구독자수가 한 명 오르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그거 자기가 친구에게 영업 뛰어서 받아낸 거라고 말해주며 생색을 내곤 했다.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영상을 보여주며 구독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나 뭐라나..

내 소심한 성격 탓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남편은 몇몇 지인들에게 채널 구독을 부탁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어쩌다 오른 조회수와 구독자가 남편의 지인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매 번 실망을 했다.

오늘은 혹시나 새로운 사람이 내 영상을 봐주지는 않을까 내 영상이 좋아서 구독을 눌러주는 구독자가 생기지는 않을까 상상하며 몇 날 며칠을 보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처음엔 사람들에게 내 영상이 노출되는 게 참 싫었는데 막상 애써 만든 영상이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니 그 또한 참 싫었다.

‘내 영상이 그렇게 형편없는 건가?‘

내 딴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원찮은 반응에 점점 자존감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이젠 남편 친구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좀 봐주면 좋으련만...

남편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구독을 해주는 사람들 말고 내 영상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기다려주는 구독자들을 단 몇 명이라도 만나고 싶어졌다.

도대체 언제쯤에야 내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 영상이 닿게 될는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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