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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지어 다니는... 니체 짤

AI 시대, 사회적 연결 1

by 도안

영장류의 사회 활동

원숭이의 사회적 행동에는 놀라운 수준의 정치적 행위가 있다. 원숭이는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개체와 관계를 맺는 쪽을 선호한다. 집단에서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구성원과 짝짓기를 선호하고, 지위가 높은 개체와 털 손질을 하려고 경쟁한다. 구성원 간 분쟁이 발생하면 지위가 높은 원숭이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다. 새끼들 사이에서도 지위가 높은 어미를 둔 새끼가 놀이 친구로 인기가 있다. 원숭이들은 갈등이 발생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나면 화해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싸웠던 상대를 안아주고 털을 손질해 주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출신 가문도 중요하다. 영장류가 아닌 동물들에게서는 물리적 힘에 따라 지위가 결정되지만, 지위 높은 가문의 어린 원숭이는 힘이 센 성인 원숭이를 겁줄 수 있다. 원숭이는 어린 원숭이를 건드리면 그 소속 가문의 원숭이한테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A 원숭이가 B 원숭이의 털을 다듬어 주는 호의를 먼저 베풀면 A 원숭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B 원숭이가 달려올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원숭이들은 친절을 베풀고 호혜관계를 맺음으로써 동맹을 맺는다. 지위가 낮은 원숭이는 지위가 높은 원숭이와 우정을 쌓음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지위가 높은 원숭이는 동맹을 맺은 원숭이에게 더 관대하게 대한다.

영장류는 다른 개체의 환심을 사고 동맹을 맺는 재주를 갖고 태어났을 때 생존 가능성이 높고 새끼를 더 많이 낳는다. 영장류의 정치 행위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 역시 미래에 권력을 거머쥘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려고 애쓰고,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려고 하며,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더 쉽게 배신당한다. 이런 동물적 본능으로 인간 사회를 평가한다는 게 왠지 불쾌한 느낌이 들긴하지만, 오랜 진화의 산물로 누구나 생물학적 유전으로 물려받은 속성으로 보인다.


친구가 필요해

진화론으로 보면 모든 생명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인간 역시 큰 몸집을 타고나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를 잘 맺으면 생존확률이 높아진다고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원에 영양들이 무리 지어 있으면 단 한 마리의 영양이 사자를 먼저 발견하고 뛰기 시작하면 나머지 영양들도 같이 따라 뛸 수 있다. 포식자인 늑대도 혼자 사냥하는 것보다 무리 지어 다님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먹이를 얻을 수 있다. 무리 속에 있는 것이 안전하며, 인간에게도 무리 지어 다니려는 것은 본성이다. 외톨이가 되면 생존확률이 낮아지므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은 뇌의 화학작용이며 실재하는 고통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친구를 찾아야 하고 친구를 찾으면 생존확률이 올라간다. 그러나 친구를 만드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시간적, 감정적, 그리고 금전적 투자도 해야 한다. 인간관계는 투자한 것만큼 되돌려 받거나 더 받을지는 알 수 없다. 때로는 상대에게 이용만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계층 구조, 호혜적 동맹, 가문 영향력 등은 인간 사회에서도 구현된다. 인간 사회의 복잡한 관계 전략도 동일한 진화적 메커니즘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연결은 생물학적 필수 요소이나, 그 유지는 투자와 위험(이용당함, 배신)을 수반한다.

위 그림은 요즘 돌아다니는 밈 meme이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가 문화적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여 널리 알려진 용어다. 본래 밈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퍼져나가는 문화적 아이디어나 행동을 말한다. 무리를 지어 다니고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군중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었으나, 현재는 의미가 변질되어 인터넷상의 다양한 짤(예 니체, 고양이, 연예인)등을 가리킨다. 위 그림은 니체이다. 니체는 군중 심리나 편승 효과(밴드웨건 효과)를 비판한다. 군중 심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을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경향을 의미하며, 독립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군중 심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투기 거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선거에서는 민주적 후보에 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잘못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이는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기본 욕구에서 비롯된다. 무리지어 다는 것은 보편적인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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