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모든 걸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을 먼저
그리고 타자의,
실수도,
욕망도,
기대도,
외로움도,
집착도,
상처도,
아픔도,
의심도,
분별도 —
그 모든 것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한 일을,
싫어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는 일을,
했다고
그저 인정하는 것이다.
그 순간,
무언가 조용히 열리고
심장은 여전히 뛰고,
호흡은
아주 가늘게 느리게 이어지고,
생각이 잠시 물러나는,
그때
보이지 않던 결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모든 감정이
한 점의 빛으로 모인다.
더 이상 바꿀 것도,
되돌릴 것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한 줄기 바람처럼
지나가도록,
그래서
모든 것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