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것은 다시

고요의 현상학

by 열인

모든 걸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을 먼저

그리고 타자의,


실수도,

욕망도,

기대도,

외로움도,

집착도,

상처도,

아픔도,

의심도,

분별도 —


그 모든 것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한 일을,


싫어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는 일을,

했다고

그저 인정하는 것이다.


그 순간,

무언가 조용히 열리고

심장은 여전히 뛰고,

호흡은

아주 가늘게 느리게 이어지고,

생각이 잠시 물러나는,


그때

보이지 않던 결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모든 감정이

한 점의 빛으로 모인다.

더 이상 바꿀 것도,

되돌릴 것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한 줄기 바람처럼

지나가도록,


그래서

모든 것은

다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요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