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누군가 나를 미워했다.
오늘도 그 생각이 스쳤다.
그 미움은, 그의 것.
그 마음 안에 핀 그림자일 뿐.
그 그림자를
밀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잊지 말자.
언제나 선택권이 있었다는 것을
흔들리더라도,
그저 바라보는 자유가 있다.
미워하는 이의 얼굴엔
이미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그 어둠을 헤아리려는
나의 연민보다,
엄습한 슬픔에 휘청인다.
이름 모를 날의 기억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조용히 거울 앞에 서서
나는 조금 더 깨어난다.
그 얼룩이 지워지지 않을지라도.
어쩌면 우리 모두,
한때는 카이사르였을지 모른다.
옳고 그름을 재단하며
사랑보다 판단을 앞세워
남긴 흔적들
이유 없는 날들 속에서
태양은 서쪽에서 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흘러가며,
함께 살아간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그리고 남는 건
고요한 빛 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