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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May 06. 2020

스텝 바이 스텝

화이자 PFE

STEP#1 

“1.주식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하지 말아야겠다. 2.주식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제대로 공부하고 올바른 투자를 해야겠다.”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읽었다. 저자 사경인 회계사는 책의 끄트머리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솔직한 대답은 1번이다. 정말 제무제표를 모르면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읽었다. 읽었지만 내용의 절반이나 이해했나 싶었다. 그래도 피터 린치가 소개했다고 알려진 PEGR 같은 개념은 큰 깨달음을 줬다. PER만 알고 있었다. PEGR은 분명 PER보다 진일보한 개념이었다. 수익과 이익의 회계학적 차이도 처음 배웠다. 사경인 회계사가 직접 개발했다는 S-RIM은 이해도 잘 안 되고 계산은 더 안됐다. 이 책의 핵심공식인데 말이다. 결국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읽고 깨달은건 재무제표를 모르니 주식투자를 할 자격이 절대로 없다는 자각이었다. 그나마 사경인 회계사가 책 속에 남긴 한 마디가 위안이 됐다. “책을 너무 빨리 읽지 않아도 좋다. 필자는 이 한 권의 책을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7년 정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러니 독자가 이 책을 1년 동안 구상하고 읽어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년의 세월을 절약하는 것이고 한 달이 걸쳐 읽는다면 다시 12분의 1을 절약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필자만큼의 내공이 금방 쌓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한달여 동안 주식투자로 거둔 소정의 이익이 순전히 운이었구나 싶다. 


STEP#2 

화이자 주식 3주를 각각 37.2달러, 37,74달러, 37.81달러에 매도했다. 지난 5월 4일이었다. 5월로 접어들면서 미국 시장은 확실히 호재에 목말라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4월 말까지는 연준의 공격적인 부양책과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시장의 호재였다. 5월로 딱 접어들자 마취에서 깨어나서 새삼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중환자처럼 굴기 시작했다. 다치고 아프기 시작한건 진작부터였는데도 말이다. 그러더니 화이자가 백신에 대한 임상 실험을 시작한다는 뉴스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흘러나왔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4월에 그랬던 것처럼 시장을 달궈줄 호재가 돼주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화이자 주식 10주를 주당 29.9달러에 매수한게 3월 25일이었다. 길리어드만큼 주목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화이자도 그동안 이미 많이 올라있는 상태였다. 일부로 팔아서 현금화하기로 했다. 분할매도 원칙을 지켰다. 분할매수와 분할매도 습관은 앞으로 소소하나마 트레이딩을 해나가면서 몸에 베이게 만들 작정이다.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만큼 시장의 호재가 돼주진 못했다. 매도 이후 화이자 주가도 1달러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STEP#3 

레이 달리오의 <금융위기 탬플릿>을 조금 읽었다. 사경인 회계사의 책이 미시적 기업 분석이라면 레이 달리오의 책은 거시적 경제 분석이다. 솔직히 둘 다 너무 어렵다. 레이 달리오는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려고 쉬운 비유를 들었는데 그 쉬운 비유조차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재무제표를 모르면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고, 거시경제를 모르면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절대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는구나 싶다. 결국 답은 다시 1번. 레이 달리오가 책에서 설명하는 장기와 단기 부채사이클 개념은 겨우 일부만 이해했는데도 모골이 송연해졌다. 버블의 시작기에 관해 레이 달리오는 이렇게 묘사했다. “이 시기에는 모두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자산을 귀중한 보물처럼 여겨 소유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경제 주체가 롱 포지션을 취한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분명 버블이다. “결국 금리 인하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 즉 금리가 제로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인하할 수 없는 시점으로, 디레버리징이 시작될 때가 온 것이다.” 레이 달리오는 모든 부채 사이클은 이렇게 끝이 난다고 지적한다. 지금 미국과 한국 증시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저금리로 버티고 있다. 지금 증시가 버블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달리오는 이렇게 지적한다. “버블이 터지면 극심한 불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버블을 조장하는 부채를 만들어낸 중앙은행에서 버블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 것인가?” 결국 지금 한중미일 4개 주식 시장에 노출돼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의 운명은, 전적으로 지금의 버블을 유지하려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더블딥은 없을 것이다. 연준이 지금의 버블이 터지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브이자 반등도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증시가 금방 2000선 위로 반등하는건 어려울 것이다. 다들 그토록 기다리는 외인자금이 태평양을 건너서 코스피로 돌아오기엔 연준이 만들어준 지금의 인공 버블은 아직 너무 위태위태하다. 레이 달리오를 절반만 이해한 주제라 단언할 입장은 못된다. 그래도 저가 매수의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웠던 3월과는 확실히 성격이 다른 두려움이 느껴진다.  


STEP#4 

5월 4일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틈을 타서 신세계 주식 2주를 261000원에 매수했다. 원래 4월 22일에 247000원에 1주를 샀다가 4월 28일에 261000원에 다시 팔았던 주식이다. 원래는 259000원에 재매수하려고 했는데 아뿔사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대신 매수량을 1주에서 2주로 늘려잡았다. 27만원대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뒷걸음질치는걸 보면서 기회를 잡았다. 확실히 한국에선 코로나 상황이 종료돼 가는 분위기다. 이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기로 했다. 개학일정도 공개됐다. 솔직히 코로나 상황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지속했다. 신세계 아울렛이나 신세계 백화점은 소리소문없이 붐볐다. 5월 초 연휴에는 더 했고 말이다. 애프터 코로나에선 중장년 세대들까지 보복적 소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비상장인 상황이라면 상장사 중에선 신세계가 가장 수혜주다. 4월에 소심 투자를 했던걸 내심 후회했었다. 이번 타이밍엔 2주를 매수했다. 마음 같아선 20주를 매수하고 싶다. 포트폴리오의 지금 크기를 고려하면 아직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 


STEP#5 

5월 4일 뉴욕증시가 상승하는 틈을 타서 존슨앤존슨과 노바티스를 각각 1주씩 매도했다. 존슨앤존슨은 주당 150.03달러. 노바티스는 주당 85달러. 존슨앤존슨은 4월 1일에 128.5달러에 3주를 매수했었다. 노바티스를 2주 매수한건 4월 13일이었고 매수가는 84.2달러. 결과적으로 존슨앤존슨은 차익실현이지만 노바티스는 사실상 본전치기를 한 셈이다. 존슨앤존슨과 노바티스를 매수한건 화이자와 같은 이유였다. 코로나라는 질병에 맞대응할 수 있는 바이오 기업은 아무래도 미국과 스위스의 유명 제약회사가 될 거라고 판단했었다. 물론 셀트리온이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당시엔 길리어드라는 회사에 관해선 완전히 무지했다. 매수 이후에 노바티스 주가는 계속 하락세였고 존슨앤존슨은 계속 상승세였다. 노바티스에 관해선 시장이 아는걸 미쳐 몰랐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공부를 해봤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일단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매도했다. 1주만 매도하는데 그친건 분할매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85달러를 찍고 곧장 아래로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은 주당 150달러를 넘어서 52주 최고가였던 157달러에 근접하는걸 보고 1주 매도했다. 길리어드만큼 화제를 모으진 못했지만 존슨앤존슨 역시 현재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기대주인건 맞다. 


STEP#6 

마이크로소프트를 5월 4일 주당 181달러에 1주 매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과 함께 그동안 나스닥 상승세를 이끌어온 대장주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애저다. 아마존의 AWS와 함께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29일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1년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50억2100만 달러. 영업이익은 25% 늘어난 129억7500만 달러. 클라우드 사업 매출만 해도 27% 증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 사태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2년치 디지털 전환이 단 2개월만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재택근무가 늘면서 PC사용량이 증가해서 윈도우 프로그램 판매까지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3주를 매수한건 지난 3월 27일이었다. 매수액은 152.6달러. 호재에는 일부는 반드시 현금화한다. 미실현 이익은 장부상 수익일 뿐이다. 내 호주머니에 들어와야 내 돈이다. 


STEP#7 

타켓을 5월 4일 주당 110.1달러에 1주 매도했다. 5월 4일 뉴욕증시는 전부 떨어지기 바빴다. 타켓만 유일하게 오르고 있었다. 오를때만 판다. 그 원칙을 지켜냈다. 타켓을 매수한건 4월 1일이었다. 월마트와 화이브 빌로우와 함께 샀다. 당시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긴급지원금 정책 발표를 보고 미국 유통주에 투자하는 일환이었다. 5월 초가 돼자 경제활동재개 이슈로 주가가 나름 상승세다. 원래는 경제활동이 완전히 재개될 때까지는 안 팔 생각이었다. 레이 달리오의 책을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근거 없는 비관론으로 매수를 주저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막연한 낙관론으로 매도를 미뤄서도 안 된다. 타켓 등을 인수할 당시 놓친 종목이 있었다. 판둬둬다. 현금을 몽땅 주식자산으로 바꿔버리는 바람에 판둬둬까지는 못샀다. 중국 유통주는 알리바바가 있다고 합리화했다. 판둬둬는 코로나 사태에서 알리바바와 진둥닷컴을 압도하는 영업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판둬둬 주가는 주당 48달러다. 이미 고평가돼 있다. 적어도 이런건 뒤늦게 뛰어들기보단 그냥 흘려보내줘야 한다는건 이제 안다. 놓쳤다.  


STEP#8 

엠브라에르를 샀다. 또 한 번의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4월 30일에 주당 6.3달러 안팎으로 10주를 분할매수했다. 보잉은 잘 피했는데 엠브라에르는 피하지 못했다. 보잉과의 계약이 파기되자 중국 쪽으로 눈길을 돌린 모양이었다. 충분히 실현가능한 돌파구라고 봤다. 계약파기의 원인이 엠브라에르 쪽 사정 탓이 아니라 보잉의 위기 상황 탓이었기 때문이다. 엠브라에르가 너무 저평가돼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5월 2일 워렌 버핏이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에서 항공산업 관련주는 장기간 회생이 불가능하다면서 손절했다고 말한게 악재였다. 물론 보잉처럼 직격탄을 맞진 않았지만 엠브라에르한테도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엠브라에르 주가는 5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그렇게 60달러가 물려버렸다. 7만3천원 정도다. 가끔 이럴 때 손절이란걸 하고 싶어진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손절을 증거 인멸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STEP#9

5월 6일 수요일장에서 스튜디오 드래곤 2주를 주당 77000원에 전부 매도했다. 주당 74000원과 주당 74500원에 각각 매수했던 주식들이다. <더킹>은 개인적으론 재미있다. 수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극의 전개가 너무 너무 너무 느리다. 주가를 보면 시장은 그다지 너그럽게 봐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증시는 현실의 평행세계다. 시장 흐름이 현실적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더라도 그 또한 엄연히 또 다른 현실이다. 


STEP#10 

덱스터 주식 15주를 전량 매도했다. 주당 5100원에 사서 주당 6030원 안팎에 팔았다. 덱스터의 기술력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 다만 주가 흐름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묻어두고 장기보유하자니 보유량이 너무 적었다. 주식투자는 기업가치에 돈과 시간을 투입해서 수익을 실현하는 과학적 예술이다. 덱스터의 경우엔 돈도 시간도 너무 적다. 시간이야 얼마든지 더 들일 수도 있다. 투자한 돈 자체가 너무 적으면 기대할 수 있는 이익도 너무 작다. 그건 시간 낭비다. 주식투자에 대한 개념이 나름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재무제표를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를 제대로 완독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연휴 동안 시장 안에서 열걸음 정도 걸어봤다. 그래도 답은 여전히 1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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