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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Jan 15. 2022

예정된 오랜 이별 앞에 쓰는 편지

예정된 오랜 이별 뒤 예정된 재회를 기다리며...



친구야.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
아주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


야트막한 언덕을 함께 오르면서 숨을 헐떡일 때,
좋은 풍경을 보며 함께 감탄할 때,
먹태 안주를 세 번이나 주문하며 새벽까지 수다를 떨 때,
금손 친구가 찍어주는 인생 샷으로 프사를 바꿀 때...
되돌아보니 매번 그랬네.
매 순간 함께하지 못한 이전 삶이 아쉬웠네.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이전 삶도 아쉬운데
함께하지 못할 4년이 웬 말이야...
벌써 그리운데 어떻게 버틸까.




친구가 찍어준 나, 그리고 친구...




친구야.
이런 저런 일 처리하느라 바쁘고 정신없었지?
잘 해쳐나가는 네가 자랑스러워.


예정된 오랜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
같이 바다를 보고 온 건 참 잘한 일이야.
쉼 없는 파도처럼 서로의 삶을 응원하기로 하자.


바람의 언덕에서 마주했던 거센 바람도,
신선대에서 두 팔 벌려 안았던 따사로운 햇살도,
모두 우리가 함께했던 빛나는 순간들이었음을 기억하자.


바스락거리는 와플을 잊지 못해,
지난여름 새겨둔 추억이 궁금해 다시 찾은 고성의 카페.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아 그때의 와플을 먹으며
4년 뒤 같은 자리에서 와플을 먹는 우리 모습을 상상했어.




석양을 볼 때마다 열정적인 널 떠올릴거야




친구야.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너...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태양의 붉은 열정이 물들어가는
오묘한 풍경을 뒤로하고 선 너의 모습이 석양처럼 멋졌어.
낯선 나라에서도 태양처럼 빛을 내며 지내다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예정된 오랜 이별 뒤에는 예정된 기쁜 재회가 있으니
지금의 아쉬움보다 그때의 기쁨을 떠올리며 기다리자.
3시간 30분 늦은 그곳에서 마주할 네 삶의 새로운 순간들을 함께 기대하며 축복할게.



친구야.
건강히 잘 다녀와.
낯선 내일, 멋진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와.




우리가 함께한 빛나는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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