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하나.
나의 첫 디자인과 수업이었다.
시작하며 얘기하지만 난 그 시절 기분 나쁘지 않았다.
배우고 있었으니까.
내가 모르기 때문에 잘못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 많았다.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시작해본다.
나는 그냥 기계과 학생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연계전공 융합전공 같은 것들이 막 생겨나는 시기였다.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준비했다는 디자인.기계.경영대가 함께하는 전공의 첫 몇 학생중 하나였다.
보수적인 학풍을 자랑하는 곳에서 나름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난 디자인과에 가서 첫 수업을 들었다.
디자인을 해오라는 과제와 더불어 스케치 과제들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앞에서 평가되었다. 과제는 버거웠고 약간 내 모습이 웃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무슨 바람인지 그 학기에 나름 처음 디자인과 수업을 듣는다며 작은 디자인사무실에 부탁을해서 스케치 등을 방학내내 열심히 배웠다. 참으로 열정 넘쳤다. 아 더웠다. 그 수업엔 한국에서 그래도 그림 좀 그려본 선후배들이 앉아있었다.
평소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쪽팔렸다.
사건은 학기 중간 평가때 발생했다.
내 디자인 컨셉을 발표하며 나는 Bauhaus 를 언급했고 나름 그 방법을 살려 디자인을 제안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
그리고 난 오래된 실패한 사조라며, 공부를 덜해서 실패한 디자인 철학을 다룬다며, 노교수에게 비웃음을 샀다.
나름 이런 저런 설명을 해가며 나의 생각을 전달해보고 싶었으나.
선명하게 그 비웃음이 기억난다.
기말이 끝나던 그날까지 난 참 힘들게 그 수업을 들어갔고 매주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근 8년이란 시간이 지난
다시 생각해봐도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