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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네상수 Feb 25. 2020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관, <광장>3부

집에서 보는 갤러리

2019년은 삼일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문을 연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이번 광장전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이 어떠한 파장으로 한국의 사회, 문화, 그리고 미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거시적으로 살펴보는 전시이다. 때문에 한국미술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1부(1900~1950)는 덕수궁관(~2020.2.9) 2부(1950~2019)는 과천관(~2020.3.29) 3부(2019~)는 서울관(~2020.2.9)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기획전이다.


관람시간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월,화,수,목, 일요일 10:00 ~ 18:00 *금,토 10:00 ~ 21:00 (18:00 ~21:00 야간개장 무료관람) 발권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하지만 휴관의 늪인 월요일에도 방문할 수 있는 최적의 미술관이다.


관람료

전시에 따라 상이하지만 공기관인 만큼 낮은 전시료와 다양한 무료,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자리에 2013년 완공되었다. 가장 비밀스럽고 어두웠던 공간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미술관이 되었다. 유난히 깊은 전시관으로 내려가다 보면 무언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유행도 공간도 돌고 도는 것일까?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 2019~

2019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3부 전시는 앞의 1,2부 전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미술은 언제나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지만 현대미술은 더욱 친절하지 않기 때문일까, 광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뭐라는 거야?"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은 있는 것이 문화예술의 알 수 없는 매력이 아니겠던가,라고 중얼거리며 관람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홍진훤 - 이제 쇼를 끝낼 때가 되었어

광장 3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광장은 어디에서나 존재할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서의 광장은 어디일까?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수집한 주요 주제어들을 구글 검색 엔진에 보낸 후, 그 검색 결과에서 다시 추출한 문장과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웹페이지이다. 막무가내식의 조합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어이가 없어서 매력적이었다.

 

송성진 - 한평조차(1坪潮差)

로힝야 난민촌의 방문 경험을 한국적 상황과 연결시킨 작품으로 경기도 안산 앞바다 갯벌 위에 지은 한 평 짜리 집을 악조건 속에서 두 달간 온전히 존속 시키키 위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영상물과 함께 작품 위에 올려져 있는 일지(日誌)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개인의 기록을 통해 공동체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외부의 힘에 의해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상황, 자연의 힘이 아니라 공동체의 권력에 의해서라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정답은 없겠지만 작가의 예술 작품이 사회적 문제를 품은 채 드러내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는 것이, 보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함께 산다는 범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한계가 있을까?


*조차(潮差) - 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水位)의 차. 

*로힝야족 - 미얀마 서부의 라카인 주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 군부 정권의 강제 개종 등의 박해를 피하여 인접 국가로 떠나거나 보트피플이 되는 난민 생활을 겪고 있다. 

*일지(日誌) - 날마다 생긴 일, 느낌 등을 적은 기록

참고 - 네이버지식백과


김희천 - 썰매

신종 자살 클럽을 취재하는 나레이션, 광화문 일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이싱 게임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면서 전개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共同體)를 이루는 요즈음이다. 생활과 운명을 같이 하는 조직체라는 뜻의 공동체(共同體)가 댓글 하나로 연결되고 맺어진다는 것에 대하여 조금은 심각한 생각이 들었지만 디지털의 소통이 주는 힘을 저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함양아 - 정의되지 않은 파라노마1.0 & 주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우리가 겪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 위기의 상황들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공동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높고 낮음을 떠난 벽과 울타리는 늘 존재하는 것 같다. 


함양아 - 잠

재난영화에서 자주 보던 광경이 펼쳐졌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침수를  피해 삼삼오오 모여들던 장면이 있었다. 공간에서 단체와 개인, 불편한 잠과 결국 잠들 수밖에 없는 것,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스쳐가고 요즘 시대의 공동체란 개인과 개인이 모여 이루기보다는 또 다른 힘에 의해 원치 않지만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에릭 보들레르 -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는 에릭 보들레르와 압하지야 공화국에 사는 친구이자 전 외교부 장관인 막스 그빈지아 사이의 서신교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편지를 소재로 한 영상에서는 압하지야 공화국의 일상을 나레이션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일정한 영토를 가지며 거기에 거주하는 다수인으로써 구성되어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갖는 단체, 국가의 정의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가이지만 국가가 아닌 것 인가? 국가라는 공동체가 성립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영상 기준, 좌측 벽면에서 편지의 내용들도 볼 수 있었다. 영문이라 읽지는 못 했다. 우하하 


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 - 광장

책 <광장>은 3부 전시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은 어디로 갈까, 끝난 전시를 기록하기 위한 성격이 짙은 전시 도록이 아니라 책이라는 소재로 전시에 참여한 소설 광장은 일곱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다양한 형태의 광장이 등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3부 전시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신승백, 김용훈 - 바다

전시실을 빠져나와 마주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8전시실(2F)의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광장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바다로 해석하여, 관람객의 표정을 수집한 데이터를 파도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작품이다. 바다라고 같은 바다는 아니지만 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면야 얼마든지 좋았다.


신승백, 김용훈 - 바다

광화문에서

광장 3부가 끝났다. 서울관을 나와 광화문을 따라 걸으며 괜스레 덕수궁 돌담길에 얽힌 풍문이나 떠올렸다. 광화문은 뭐 없을까 검색한다.

1, 2부와 광장이라는 주제는 같지만 여러모로 결이 다른 전시였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작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데 쓴 생각에 견줄 수나 있을까 싶어서 얌전히 걸었다. 너무 난해하지 않은 현대미술과는 공동체에 속하고 싶기도 했다. 광장, 개인, 사회, 타인, 공동체, 공간... 곱씹을 단어들이 많다.  


ps.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들리고 서촌을 걷는 게 탈출구였던 때가 있었다. 정처 없이 맴돌기 참 좋은 동네다. 무의미해서 좋을 때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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