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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네상수 Jun 24. 2020

일민미술관 - 새일꾼展

집에서 보는 갤러리

<새일꾼 1948 - 2020 :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

4.19 혁명 60주년,

투표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동시대 예술의 플랫폼이 되는가?


2020.03.24. (화) ~ 2020.06.21. (일)


관람시간

*개관 오전 11시 ~ 오후 7시 *휴관 매주 월요일, 설, 추석 연휴


1948년 5월 10일 시행되었던 제헌 국회의원선거부터 2020년 4월 15일에 개최된 국회의원선거까지 73년 선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새일꾼 전시는 지난 선거의 역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근간을 이룬 선거의 의미에 대해 한 번, 앞으로도 지속될 선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두 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전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소장된 400여 점의 선거 사료와 주요 신문 기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아카이브 자료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런 사료를 통해 객관적인 관점이 섞여 들어와 관람하는 느낌을 사뭇 받았고, 동시에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선거 주제의 작품들을 통해 색다른 관점으로 선거를 바라보게 되는 전시였다. 책과 음악을 동시에 접하는 느낌이랄까 이상적이었다.

관람을 끝낸 모두가 같은 흥미를 느낀 점도 재미있었다. 광화문 광장 앞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정치적 성향을 띈 주제의 전시가 진행된다는 점, 광장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광장이라 함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장소 아니던가

여하튼 선거, 투표와 같은 참여 행위가 우리 개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역사를 전개시켜왔는지, 그 시대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사는 무엇이었는지, 동시대, 동시대를 난발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제 사료와 예술 작품을 더해 관람할 수 있었던 전시이다.


사료(史料) : 과거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 역사적 자료.


일층
이미정
OOO - 애국자가 누구냐

1층 전시관에서는 처음 평등선거가 이루어진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광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구성되고 있던 시기라 독립운동에 기여한 활동가들이 주목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애국자를 외쳤고, 그중에서는 친일파였던 자신을 속이고 애국자를 외치던 후보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귀여운 이미지들 중 애국자는 누구일까, 지금 시대의 국민들도 선거 후보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애국일까?

안규철 - 69개의 약속
안규철 - 69개의 약속

역대 대통령 선거 벽보에서 후보자들의 이미지를 지우고 선거 구호만을 남겨 모노크롬 회화로 전환한 작업, 작품의 색조는 벽보 속 다양한 색을 하나의 평균값으로 도출해 얻었다 한다.

식별이 가능한 선거 구호는 정치 이념의 차이나 변별력을 갖추기보다는 밝은 미래를 불러올 것 같은 문구와 입바른 소리들만 되풀이되고 있다.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의미를 잃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다.

선거의 역사와 함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색상과 문장이 가진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국민의 나라
처음, 평등선거
천경우 - Listener's chair

선거라는 맥락을 같이하는 전시여서일까 참여형의 작품이 많은 전시였다.

무대 위 의자에 앉아서 헤드셋을 쓴 후 사진 속 기기의 붉은 버튼을 누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 밖 광장에는 스피치 룸도 설치되어 현장 참여가 가능했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 19로 인해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약 3분 정도 어디 사는 누구 씨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익명성을 띤 것 치고는 귀여운 푸념들이 많았고, 하나 같이 지원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도인지 우연인지?

이층
OOO - 투표의 요정.gif
옵티컬레이스 - I WAS, I AM, I WILL
그래픽 디자이너와 정보 시각화 연구자로 이루어진 작가 그룹 옵티컬레이스

정치인들의 생애 주기를 세대별로 비교해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 작품이다. 선출되는 대표들은 시민의 한 표로 선출되지만 정치인의 정치적 명성의 무게와 활동, 영향력은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된 작품이라고 한다.

SASA(44) - 얼굴들 2020

'얼굴들 2020'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해 본 적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참여 프로젝트이다. 실제 투표 절차와 동일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자신이 투표했던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본인의 얼굴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하여 전시한다.

이층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을 꼽으라면 '얼굴들 2020'일 것 같다. 문화예술을 접할 때는 조금 하얗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다짐하지만, 정치의 맛이 섞여 있어서 일까 나도 모르게 첫인상을 구겨버렸다.

비밀투표의 원칙을 구겨버리는 발상과 불사의 영약을 드셨는지 20대의 앳된 얼굴로 6번의 총선에 참여하신 장난꾸러기의 재치가 더해져 나도 모르게 그만,

이내 나름의 공통점과 정치에 예술의 재치가 더해지면 어떤 힘을 불러일으킬까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쉽지 않지만,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개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아카이빙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삼층

부정선거 트리오로 시작된다.


"1958년 5월 20일 저녁 개표하는 시간에 집에서 자고 있는데 참모가 깨우며 큰일 났다는 거야. 그래서 개표장으로 뛰어가 보니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지 않았겠어. 개표 참관인은 모두 코를 골며 자고 있고, 뒷마당에서는 투표용지가 불타고 있었어.

진상을 알아보니 야식으로 끓인 닭죽에 여당 측이 수면제를 넣어 참관인들에게 먹인 거야. 그리고 한쪽에선 자유당 측에서 동원한 깡패들이 항의하는 여당 참관인들을 밖으로 집어던지고 있었어."

이정래 회고 中 (2004년 신동아 9월호)


대한민국 선거는 부정, 부조리에 저항하며 흘러왔다. 막걸리를 표와 교환하고, 깡패를 투입하고, 투표함을 태우고 통째로 바꿔버리기도 하던 시대의 행위들이 보도된 신문 기사와 부정선거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들이 작품들과 버무려져 있다.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문장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명! 랑!
윤현학 - 웅변술에 관한 지침 : 포스터

퍼포먼스 영상과 포스터, 작품들을 통해 여러 독재자들의 제스쳐와 말투를 표현한 작품

최이다 - 뽑으십시오 (29 February 2021)

사회가 보고 싶어 하는 것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선전하는 것들은 가려지고, 감추고 싶은 것일수록 주목받는다. 시청각 이미지의 허구를 보여주는 작품

일상의 실천 - 이상국가 : 유토피아

선거벽보에 쓰인 400여 개의 선언 속 단어들을 수집하고 각각의 형태로 레터프레스에 박제되어 진열된다. 관람객들은 그 단어들을 마음껏 나열해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 국가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 참여형 작품

디지털 시대에 참 어울리는 구성이다.

오층

신물 박물관의 상설전시와 섞여 공간을 이루고 있는 오층의 전시관에서는 쉬어가며 전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시에서 본 표현을 빌리자면 대단히 OOO한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 참여형 전시의 가장 이상적인 표본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도 들고 동시대, 아카이빙이 난무하는 요즘 전시에서 이 두 가지를 가장 잘 녹여낸 전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생각,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전시를 보고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ps.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일까, 또 전시가 끝난 뒤 전시를 후기해버렸다.

동물원 옆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광화문 광장 옆 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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