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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일 Aug 19. 2020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플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맥시부펜/부루펜은 서로 교차 복용 안돼요. 해열제 교차 복용 알려드려요.

소아과 문전 약국에서 일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창 아이들 사이에서 열감기가 돌던 시즌이었어요. 평소 항상 밝고 활기차던 아이 엄마가 약국에 들어옵니다. 그날따라 피곤하고 지쳐 보였는데, 그 엄마가 내민 처방전을 보니 바로 이해가 가더군요. 아이가 지난밤 고열에 시달려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밤새워 마음 졸이며 아이 옆을 지켰을 생각을 하니 저도 마음이 안 좋았어요.


아이가 밤에 갑자기 열이 나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을 거예요. 저희 아이도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낮에는 분명 괜찮았는데 저녁 무렵 슬슬 열이 오르는 경험. 그때부터 제 머릿속은 바빠집니다.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해 놓아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낮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바로 근처 소아과로 달려가면 되겠지만, 이미 병원들이 문을 닫고 난 시간대라면 무척 난감해요.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는 일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거든요.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상태를 살핀 뒤 집 근처 365 의원이 있는지 검색해 두고, 혹시나 고열이 지속될 경우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겠다고 생각해 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이는 잠이 들지요. 하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2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설정해 두고 계속해서 잠든 아이의 체온을 기록합니다.


이때, 체온 기록용 앱만큼 고마운 존재가 또 있을까요? 저는 주로 열나요 앱을 사용합니다. 비록 저는 졸려서 비몽사몽한 상태일지라도 앱은 꼬박꼬박 체온 재라고 알람을 울려줘요. 해열제를 언제 얼마나 먹였는지도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어 항상 사용하는 앱입니다.  해열제 하루 복용 총량을 계산해 주는 점도 참 좋아요. 해열제를 계열별로 나눠 체크할 수 있게 해 둔 점도 편리하지요. 약 성분을 구분해서 입력해 두면 교차 복용할 때에도 편리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해열제는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인 NSAID 계열이지요. 우리에게는 타이레놀과 부루펜 (혹은 맥시부펜)으로 더 익숙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열을 내려주는 해열작용,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작용을 합니다.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은 해열, 진통작용과 함께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도 있어요.


해열제를 한번 먹었다면 다음 복용까지 최소 4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계속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부모로서는 참 애가 탑니다. 다음 해열제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아이는 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으니.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말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그때 이해하게 되었어요.


바로 이런 때 해열제 교차 복용이 필요합니다. 해열제 교차 복용은 고열이 잡히지 않는 경우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처음 해열제를 먹었을 때로부터 2시간이 지났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다시 한번 더 복용할 수 있습니다. 교차 복용은 시간 간격 지키기, 다른 계열로 복용하기 두 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다른 계열 해열제는 2시간 이후에 복용이 가능하고, 같은 계열의 해열제는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합니다.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은 동일 계열 해열제이니 이 두 가지는 교차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해열제는 사용 가능 연령이 모두 달라요. 아세트아미노펜은 생후 4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덱시부프로펜은 6개월 이상부터, 이부프로펜은 1살 이후부터 복용 가능합니다. 복용량은 아이 체중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 정확하니 아이 몸무게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열이 난다면 항상 해열제를 먹여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아이 체온이 38도를 넘는다면 해열제 복용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가끔 이렇게 물어보시는 보호자들도 계십니다. "37.9도이면 먹여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이럴 때는 현재 아이 상태를 보시고 판단하시는 게 좋아요. 아이 현재 체온이 38도라도 컨디션도 좋고 잘 먹고 잘 잔다면 굳이 해열제를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기 때문에 바로 해열제를 먹는 것보다 상황을 조금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39도를 넘는 고열인 경우는 지켜보기보다는 해열제를 복용하고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혹은 덱시부프로펜) 중 무엇을 먼저 먹여야 할까요? 진료를 받았는데 병원이나 약국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면 경험적으로 아이마다 더 잘 듣는 해열제를 먼저 복용해 보세요.



아이가 열이 날 때면 저는 항상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벌써 4년 차 엄마인데도 이 상황만큼은 적응하기 힘드네요.  제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은 "내가 무얼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좀 더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쉬게 했더라면 괜찮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이런 알 수 없는 죄책감 속에서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면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몹시 지치지요. 아이가 한번 아프고 나면 저도 바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한번 아프고 나면 쑥쑥 성장한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이 엄마인 저에게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아요. 아이가 한번 아플 때마다 좀 더 엄마로서의 경험치가 상승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제는 예전처럼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일도 줄었어요. '아이들은 원래 아프면서 크는 거니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이가 예전보다 몸집도 커지다 보니 쪼꼬미 아기 때보다는 마음이 놓이는 부분도 없진 않고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평소에는 쉽게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이 친구는 벌써 배변훈련을 마쳤는데, 저 친구는 벌써 책도 저렇게 많이 봤는데… 하면서 비교하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가진 장점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사소한 부분에 덜 집착하고 좀 더 대범한(?) 엄마가 되고 싶고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조금 더 성숙한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래서 아이가 엄마를 키운다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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