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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일 Aug 26. 2020

어린이집 3개월 차, 항생제 콜렉터가 되다.

종류도 다양한 항생제, 올바른 보관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아이가 3살이 되던 해, 어린이집에서 입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라는 생각에 떨리면서도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어요. 어린이집에서 입학 서류를 받아서 정성스레 작성하고, 사진관에 데려가 입학원서에 붙일 증명사진도 찍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네요.) 저는 그 당시 가정형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차이점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초보였어요.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고, 그 해 봄은 정말로 최악이었습니다.



3월이 되었고 첫 등원을 시작했어요. 일주일의 적응기간 동안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했고, 한두 시간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키즈카페에 온 줄 알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도 가끔씩 제가 잘 있는지 확인하곤 했어요. 


한 반에 다섯 명의 아이가 있었고, 이미 작년부터 어린이집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이라 특별한 적응기간이 필요하지 않았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자리에 앉아 혼자 숟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더군요.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식사시간 동안 제대로 앉아있지 않았고 혼자서는 제대로 숟가락질을 하지도 못했거든요. 하지만 곧 이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등원 둘째 날부터 아이 코에서 콧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시작된 감기는 두 달이 지나도 완전히 낫질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일주일의 적응기간이 지나고 아이 혼자만 등원을 하며 적응을 시작해야 했어요.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던 아이는 몇 시간이고 계속 울었고, 등원을 세차게 거부했습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 놓고 어린이집을 나서는 마음은, 정말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것도 감기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 아이를요.




등원 둘째 날부터 시작된 아이의 감기는 점점 심해졌고 3월은 제대로 등원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코로나 19 이전 세상이라, 고열이 나지 않는 한 콧물이나 기침 증상으로 결석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요. 결석 일수가 늘어나자 어린이집에서도 아이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지 가벼운 감기 증상이라면 등원하는 편이 낫다고 했어요. 하지만 기관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팠던 적이 거의 없었기에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던 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가 감기로 처음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고, 항생제의 종류를 바꿔가며 거의 두 달 이상 계속해서 먹었지요. 당시 일했던 약국은 소아과 근처 약국이라 아이들 항생제 시럽이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던 곳이었어요. 어느 날 약을 조제하다가 문득 조제실 안을 둘러보다가 울컥했습니다. 아이가 여기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항생제를 돌아가며 한 번씩 다 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태어나서 20개월 동안 항생제는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던 아이였는데, 최근 2달 동안 웬만한 항생제는 다 섭렵한 항생제 콜렉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잠깐! 종류도 보관법도 다양한 항생제에 대해 알아볼게요


항생제는 종류가 다양하고 보관 방법과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모두 다릅니다. 간혹 항생제는 모두 다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줄 알고 무조건 냉장고에 넣는 경우도 있는데, 냉장 보관하면 맛이 쓰게 변하는 클래리트로마이신 같은 약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오구멘틴은 아이들의 감기 증상이 심해지면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되는 항생제입니다. 오구멘틴 듀오에는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이 같이 들어 있는데, 아목시실린이 항생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고 클라불란산은 내성 방지를 위해 들어있는 성분입니다. 제약회사마다 제품을 부르는 이름은 모두 다른데 오구멘틴 듀오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불투명한 흰색을 띠며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항생제입니다. 간혹 오구멘틴 냉장 보관하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먹여도 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계절에 따라 실온에서 약물 상태가 변하는 시간이 달라지는데, 흰색이던 시럽 색깔이 노란색으로 변했다면 약효가 떨어진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더운 여름에는 30분 정도만 지나도 색이 변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하루 정도는 상온에 두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오구멘틴 듀오는 가루 형태로 나온 것을 물에 섞어 조제하는데, 아무리 냉장보관을 잘하더라도 조제 후 7일이 지나면 약효가 사라집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설사 증상이 있어 대부분 정장제나 유산균과 같이 처방됩니다. 설사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 다른 종류의 항생제로 바꾸기도 합니다. 설사 증상이 있는 경우 식후에 약을 먹으면 증상이 좀 나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구멘틴으로 증상이 잘 잡히지 않거나 설사가 너무 심해 복용이 어려운 경우 세파계열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세파클러, 세프프로질, 세프포독심 성분이 여기 속하는데 자주색, 오렌지색, 분홍색 항생제 시럽을 처방받았다면 대부분 여기 속하는 약물일 것입니다. 이 중에서 세프포독심 성분의 바난 건조시럽은 분홍색 시럽으로 오구멘틴만큼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지요. 바난 시럽도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조제 후 14일까지만 약효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냉장보관을 하지 않는 항생제로는 클래리트로마이신과 아지트로마이신 성분의 항생제가 있습니다. 이 둘은 실온 보관해야 하는 항생제입니다. 냉장 보관해도 큰 문제는 없으나 클래리트로마이신의 경우 맛이 매우 써지기 때문에 아이가 약 복용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는 내성 방지를 위해 증상이 사라졌다 해도 처방받은 날만큼 끝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가능한 복용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약을 받을 때 반드시 보관 방법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과를 몇 군데나 돌아다니고 대학 병원 외래 진료도 받아보았던 그 봄날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어요. 추웠던 날씨는 따뜻해졌고 어느새 더워지려 하고 있었어요. 3개월이 지나자 비로소 아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매주 지겹도록 드나들었던 소아과에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이제는 매 번 약 먹이느라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어요. 


그 해 봄은 매일이 고민의 연속이었어요. 그냥 퇴소시키고 아이가 조금 더 큰 뒤에 다시 보내야 할지, 어차피 한 번은 겪을 일이라면 어린이집에 자리가 난 지금 적응시켜야 할지 쉽게 결정 내릴 수 없었어요. 퇴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가도 내년에는 자리가 나지 않아 어린이집에 못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마음이 흔들렸어요.


아픈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설 때면 오만가지 생각에 괴로웠고, 일터에서도 틈만 나면 전화를 해 아이의 상태를 체크했어요. 그 당시 저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풀타임 직장을 다니는 모든 워킹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지요. 


유독 어린이집에 적응하기를 힘들어했던 아이도 세 달이 지나니 더 이상 울지 않고 등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해집니다. 억지로 등원하며 매 순간 울던 아이 모습이 생각나고 그때 내가 좀 다른 판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후회하게 됩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은 다 서툴기만 합니다. 외동아이를 키우기로 한 이상 모든 경험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겠지요. 첫째 때의 경험치로 좀 더 능숙하게 둘째를 키워보는 경험은 어떨까 항상 궁금하네요. 앞으로도 육아의 고비마다 아이와 함께 고군분투해야겠지요.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현명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가끔은 모범답안이 뚝 떨어져 시키는 대로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백 명이 있다면 백 가지의 육아 방식이 있다고 하듯, 그런 정답은 어디에도 없겠지요. 부모라는 자리의 무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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