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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Aug 12. 2019

79.9의 만족

이번 주는 술자리가 세 번이나 있었다. 퇴직을 한다고 마치 세상 끝나는 사람 위로하듯 마구마구 퍼 넣어준다.

분명 퇴직하면 술자리도 줄어들 텐데 그럴 때  불러주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어찌 되었든 지금 해 야한다 하니 그게 고마워 죽어 주어야 한다.


이런 나를 아내는 이해를 못한다.

“아이고, 누가 술을 당신 입 벌리고 부어 넣나요? 당신이 마신 거지!”

“마시자면 마셔야지 ~이”

“그러니까 적당히 마시고, 슬쩍 쏟기도 하고 눈치껏 해야지 – 요”


매번 이런 식이다.

처음 시작이야 늘 적당히 마시고 싶다.

그러나 한 두병 공병이 쌓이고 1,3,5,7,9를 따지다가 상 밑에 들어있던 빈병 하나가 나오면 또 한 병을 시켜야 되는 거고 …

어떤 적들은 처음부터 소맥으로 덤비고, 어떤 적들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양주 나부랭이를 들고 와 “마지막 잔이야!”를 외치며 공격하면 초주검이다.

이건 소총 피하려다 수류탄에 맞는 격이다.


술자리마다 적들에게 지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초전 안주 죽이기에 몰입한다.

마구 긁어 넣고 준비태세가 완비되면 부어라 마셔라를 먼저 외치며 선제공격을 한다

늘 죽이고자 하나 그 작전은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로 끝나고 만다.


일주일에 두세 번 이런 전투를 치르고 나면 몸무게가 2kg은 더 올라간다.

수년째 몸무게 80kg 넘기지 않기를 속으로 외치며 나름 헬스장에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근래에 체력도 달리고 하여 술자리를 자제하며 성실히 살았던지 78kg 내외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여 나름 성공했음에 만족한 터였다.


어떤 날은 헬스장 저울에서 분명 80kg 미만이었는데 집에 와서 재면 살짝 넘길 때가 있다. 우리 집 저울은 좀 빡빡한 것인지 도대체 봐주는 경우가 없다.

79. 얼마에 저울눈이 까닥일 때면 성공 실패가 갈리는 순간이다.

한쪽 다리를 든다 해도 마찬가지이고, 숨을 내 쉰 대도 마찬가지이다.

"잠깐!  몸무게 줄이기부터... , 화장실에 가 오줌을 한번 짜내고"

다시 재어보면 79. 얼마에서  80kg 왔다 갔다 한다.

79.9kg이라면 그래도 아직 70kg대인데 하며 안도할 수 있겠건만.


어제 한잔 덜 마시고, 안주 한 점 적게 먹었더라면 하고 되 뇌이며

오늘은 참자 참아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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