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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삼 Nov 18. 2019

지난 것들의 아름다움

20. 꿀이 먹고 싶어 배가 아팠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 의약품도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소다를 한 숟가락 먹었고, 침을 맞기도 했다(사관을 딴다고 했다).

하루는 배가 아프다고 하였더니 어머니께서 부엌의 꿀 항아리에서 꿀을 한 숟가락 떠다 화로에 데워주시며 ‘따끈할 때 먹어라! “ 하신다.


집에는 토종벌 한통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 아끼며 관리하셨다.

한 번은 짓궂은 사촌 형이 벌이 드나드는 입구에 막대기를 넣고 쑤시는 바람에 또래의 우리들은 벌에 쏘여 이리저리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할아버지께서 회초리로 사정없이 사촌 형을 내리치고 형은 쏜살같이 도망을 쳐 한동안 할아버지 앞에 나타나지도 못하는 일도 있었다.


찬바람이 일기 전 늦가을쯤이면 벌통을 뜯어 꿀을 뜬다. 겨우내 먹을 양을 남겨 두고 떠내는 것이다.

그럴 때면 달콤한 내음이 온 집안을 덮었고 성난 벌들은 어린 우리들에게 덤벼들어 벌에 쏘여 눈두덩이가 주먹만 하게 붓기도 했다.

벌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토종꿀 뜨기는 연중행사였고, 그 달콤함을 맛보려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턱을 괴고 오르르 봉당에 앉아 있었다.


그 꿀은 1년여 내 배 아플 때,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약용으로 사용하였던 것 같다.

한번 배가 아파 꿀을 맛 본 후 나는 자주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때의 달콤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찬바람이 일면 달콤한 꿀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따뜻한 물에 진하게 타서 마시고 나면 온 몸에 열이 오르며 달콤한 내음이 코로 스며들며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던가.


꿀이 먹고 싶으면 배가 아팠던 아린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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