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일지 20201129 – SNS로 안부를 묻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지방 소도시인데, 이번 코로나로 붐벼야 할 시장은 주말인데도 온통 적막강산이란다.
확진자 동선에 있던 식당과 약국 등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그나마 열고 있는 식당들마저 손님이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단다.
어떤 이들은 문 열어 봐야 전기세도 못하는데 확진자 동선에 노출될 수 있으니 차라리 며칠 문 닫고 이참에 쉰다는 것이다.
지역 언론들은 텅 빈 초저녁의 길거리를 보도하며 연일 그 심각성을 전하고 있다.
참 난리는 난리다
“시내에서 방귀께나 끼는 것들이 싸잡아 돌아다니며 온 동네 코로나를 뿌렸다고 시민들이 욕을 엄청 하던데 ~
00 단체 간부들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라고 …
우리 식당은 며칠째 문 닫아걸었네.
“많이도 돌아다녔네. 꼴값 떠는 것들이 난리를 만들었네. 가뜩이나 힘든데 이제 술도 못 먹고 힘든 시간 보내야겠네.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자 친구들 단체 카톡 방에 오른 대화 내용이다
물론 본인들은 감염되었는지 모르고 다녔겠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모인다는 자체가 한심한 작태이다.
솔선해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말이다.
지역 의회 전, 현직 의원 3명이 감염되어 의사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단다.
공무원들도 감염되어 지역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리니 시민들의 눈총을 받을 만도 하다.
잠만 자고 나면 10여 명씩 확진 자가 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만 멈춘단 말인가?
다음 주말부터 두 친구가 일주일 간격으로 혼사를 치르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식장 입장 인원을 99명으로 제한하니 양가의 가족 친지들만 입장하게 된다.
새 출발을 축하받아야 할 신혼부부에게는 어떤 날로 기억될까?
그러잖아도 한번 연기했던 결혼식인데 …
“나 어제 사촌 조카 결혼식도 못 갔네. 이곳 사람이 식장에 와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전화 통화만 하고 …ㅠㅠ ”
한 친구가 조카 결혼식에 민폐가 될까 못 갔다며 보내온 메시지다.
지난 4월 조카 결혼식이 있어 청주 한 예식장을 다녀왔었다.
식장 입구에 출입할 수 있는 명단을 신랑 측 신부 측 나누어 적어 놓았다.
대부분 가족 친지들이다. 줄이고 줄이다 보니 70여 명이 식장에 들어갔고 조촐하게 식이 거행되었다.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는 달랑 세 명만 앉도록 해 놓았고 마스크는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신랑 신부와 부모를 제외한 가족 친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찍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결혼식 사진을 보면 참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구나 싶다.
그날 점심은 도시락을 한 테이블에 두 명씩 앉아 먹곤 했다.
한동안 코로나가 잠잠하여 정상적으로 예식장을 운영하더니 이제 또 종전처럼 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지니 주변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단톡 방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함께 산에 가던 모임도 중단되고, 점심을 함께하던 모임도 중단되고, 오직 핸드폰으로 서로의 안부를 걱정을 하며 다독이고 있다.
하물며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는 집에 왔다가 손자 얼굴도 못 보고 간다고 푸념을 한다.
멀리 경기도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해 안부를 물어온다.
뉴스를 보니 상황이 심각하던데 괜찮으냐고….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구들 모임인데 이럴 때 걱정을 해주는 친구들이 참 고맙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때문에 단체 카톡방이 활성화되고 있다. 서로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라도 안부를 묻고 푸념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쩌면 나이 든 사람들도 이런 문화에 더 익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자고 나면 코로나 격리 앱으로 이상 없음을 통보한다.
격리자마다 공무원이 한 명씩 배치되어 매일 점검을 한단다.
신고를 안 하면 공무원들 힘들까 눈뜨면 얼른 보내주는 게 마음 편하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의 시간은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잘 보낼 수 있다.
오후가 문제이다
아내가 있는 거실에 TV가 있어 그곳은 못 가는 곳으로 선을 그었다.
오직 서재와 작은 침실이 내 공간이다.
전에 보았던 책들 중 인상에 남았던 책들을 뒤적이다 오래된 책들에서 추억을 소환해 보기도 한다. 수필집이 많아서 뒤적이다 보면 한 시대의 역사를 오래된 수필집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요즘의 신세대들에게는 읽히지 않을 내용 같은 … 그러나, 그런 글들에서 어린 시절을 그리고 힘들었던 시절을 꺼내어 행복으로 승화시켜 본다.
그러다 보면 오후의 일정도 지루함 없이 잘 지나간다.
내가 코로나로 격리되어 있으면서 오늘을 살아 낸 방법이다
단양에 계시는 장모님께 전화를 들렸다. 한 달에 두 번씩 병원에 다니러 오신다.
그때마다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는데 내가 격리되어있는 것을 알면 걱정할까 봐 미리 전화를 드렸다.
이곳 코로나 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만 아무 이상 없다고, 집에만 있노라고 … 그러니 좀 시간이 지난 뒤에 오시는 게 좋겠다고 …
워낙 걱정이 많은 분이라 격리된 줄 아시면 안절부절못하실 게 뻔하다.
아무 의심이 없이 그리하겠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때로는 어른께도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아직도 있구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뿌릴 기세다.
차라리 코로나나 깨끗이 씻어 갔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