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삼 Dec 02. 2020

코로나 격리 일지

코로나 격리 일지 20201202 – 아주 긴 하루

온종일 책을 많이 보아 그런지 눈이 뻑뻑하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아파트 입구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들이 차를 몰고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전쟁터로 가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버텨야 할 고뇌를 잔뜩 실은 차량의 중량감이 방지턱을 넘으며 출렁 흔들린다. 

역학조사 결과 작은 도시 어느 한구석도 온전한 곳이 없다. 

이곳저곳이 지뢰밭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온종일 아내가 설사와 발열이 있는 것 같다 하여 신경이 쓰였다. 

아침에 일어나 설사를 했다며 나도 체온이나 한번 재볼까 한 것이 사단이었다. 

체온을 재어보니 36.8도이다. 두 시간여 후 다시 재니  37도, 두 시간여 후 37.2도, 급기야 저녁때가 되어서는 37.8도까지 올라갔다.


“설사도 발열도 코로나 증상이라는데 내가 걸린 거 아냐?”

“한번 설사한 것 가지고 뭘 그리 민감해. 하루 종일 코로나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고 해서 신경이 쓰여서 일거야”

“신경 쓴다고 체온이 올라가나? 아닐 텐데 이상하네.”

“그럼 지금 보건소에 가 봐. 민 그적 거리지 말고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겠어. 내가 데려다 줄 수도 없고”

“지금 설사는 안 해, 그럴 리가 없어 나는 동선에 겹친 데도 없고”

“그럼 좀 쉬어봐. 자꾸 신경 쓰니까 체온이 올라갈 수 있어. 온종일 수영장 사람들하고 통화했잖아 ”


아마도 아내와 함께 수영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많은 이들 중 확진 자가 있어 같은 시간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검진을 받고 자가 격리되면서 아내의 휴대폰에도 불이 나더니, 온종일 코로나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체온을 재니 37.2도가 나온다.

오늘부터는 체온 체크를 안 하겠단다. 코로나 생각하면서 체온계를 쳐다보면 온도가 올라가는 것 같단다.

자꾸 그것만 생각하니까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이 8일째다. 이제 내리막이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잘 가겠지 기대해 본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그러다 운동을 하고 하는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다. 


집에서 아내의 수발을 받아가며 격리된 내가 이런데 격리 시설에 격리된 사람들은 어떨까?. 대화 상대도 없을 테고 문화시설이 완비되지 않았을 텐데 하루하루 지내는 게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면장님 괜찮으세요. 격리자 명단 체크하다 보니 면장님 성함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괜찮으신 거죠?”

“그래, 고맙구먼, 난 씩씩하게 잘 있어. 직원들이 많이 힘들겠구나.”

“몸 관리 잘하세요. 체온계 있으세요? 체온도 잘 체크하시고요”

퇴직 전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전화를 했다.


“호돌 아빠, 감금 중 이라며. 우쩌? 견딜 만한겨?”

“열심히 도 닦고 있습니다”

“이럴 때 내가 기타 가르쳐 주면 좋겠구먼 혼자 심심할 텐데, 갈 수도 없고 아~참. 그래 뭘 하고 지내는 겨?”

이웃집 남자가 특유의 어법으로 전화를 한다


“어~이, 잘 있는 거야? 재수 없게 거기는 왜 갔어?”

“가는 곳마다 지뢰밭이여, 할 수 없지 뭐”

“몸 관리 잘해. 모임 때 보자고”

멀리 있는 친구의 전화이다.


지인들에게도 소식이 알려져 몇 통의 안부전화를 받았다. 

마치 내가 환자가 된 기분이다. 

그리 생각하니 어디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후근 하게 열도 오른다 참 묘한 감정이다.


동사무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매일 두 번식 체크해야 하는 자가진단 결과가 오지 않았단다. 

벌써 몇 번째 새로 앱을 설치하고 보내도 못 받았단다. 

나한테서는 검사 결과가 제출된 것으로 체크가 되는데 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발열체크를 해야 결과 전송이 되므로 체온계까지 구입한 터인데 말이다. 

결국 이상 없음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는다.


어제까지 83명이더니 오늘은 4명이 확진되었단다. 

자가 격리가 600여 명이나 된다. 이제 그만 여기서 멈추었으면 좋으련만.

역학조사가 문제인가 보다. 

아직도 열흘 전 확진자 방문지를 다녀간 사람들 찾고 있는 메시지가 오곤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녔는지 기억도 못할 많은 날이 경과했는데.


내일이 수능인데 학생들이 아무 일 없이 시험 잘 치르고 더 확산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격리 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