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나는 제주란 섬의 검은 바위들에 몸을 웅크리고 될수록 낮게 포복하여 작고 여린 것들에 몸을 기대어 아팠던 마음의 상흔들을 그려본다. 고망난 돌이라 불리는 이 바위들의 무수한 구멍은 우리 마음의 상흔들과 같다. 화산의 폭발하는 열기들이 그들의 몸을 뚫고 나오듯, 파열의 기억을 몸에 지낸 채 살아가는 것. 이 상처의 무늬들이 바위 위나 바위틈에 붙은 따개비 군락이나 거북손, 담치, 군부, 바위살랭이처럼 살아 있는 것들의 은신처가 된다. 나는 이 깊고 그윽한 색을 품은 고독의 생명체들을 오래도록 사랑하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