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만나다.
몽골에 가고 싶었던 제일 큰 이유는 별이었다.
늘 이야기를 들었다. 몽골에서 보는 별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별들이 나에게 쏟아질 듯 떠있다는 몽골의 별. 별을 워낙 좋아하던 나는 늘 몽골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몽골에 가게 되었을 때 너무나 기대됐다. 드디어 은하수를 볼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이면 얼마나 보이겠어.. 하는 생각도 하며 몽골에 왔다.
한국에서도 평소 별을 보러 자주 다녔기에 수많은 별들에는 감흥이 없었거니와, 어쩔 수 없이 추석 연휴에 몽골로 와 보름달로 인해 은하수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어쩌면 그래서 더 '보이면 얼마나 보이겠어' 하며 스스로 은하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독였던 것 같다.
몽골에서의 첫 저녁. 저녁 식사를 한 뒤 창 밖을 보는데 달이 무척 밝았다. 평소라면 휘영청 밝은 달에 기분이 좋았겠지만, 은하수를 기대했던 마음에 보름달도 반갑지 않고 아쉬워졌다. 별이 하나도 안 보이겠다 싶었다. 그래.. 알고 있었잖아. 은하수가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은하수를 보지 못하고 갈 수 있을 거라고.
그래도 포기하기엔 아쉬우니까. 지금은 저녁 8시. 달이 지는 시간은 새벽 2시. 조금 눈을 붙이고 월몰시간에 맞춰 다시 일어나 보기로 했다.
새벽 2시.
새벽 비행, 이어진 6시간의 이동 시간. 차강소브라가를 관광한 후 도착한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에 깬다는 것은 정말 별을 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뿜어내는 핸드폰을 뒤집고 다시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혹시나, 혹시나 은하수가 보일지 모르니까. 나의 은하수를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간 새벽. 아직 달은 지지 않았다.
그런데 별이 보였다. 어마어마하게. 와 이게 정말 내 눈으로 보는 것이 맞는 건가, 싶었다.
행복했다.
나의 눈에 가득 차 있던 별들. 눈을 돌려도 어디든 밝게 비추던 별들. 나의 눈물이 반짝이는 것인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인지 모를 빛들이. 살면서 이렇게 밀도 높은 행복이 언제였지. 온화한 평온한 행복이 아닌 벅찬 행복이. 행복했다. 너무나. 이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별똥별도 보았다. 몇 번이나 소원을 빌기 전에 사라졌지만 하늘 가득한 은하수를 직접 봤으니 내 소원은 이루어진 것이겠지.
그렇게 이어진 별과 함께한 노래, 술, 그리고 사람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