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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전통주 빚고 여행합니다"

IN YOUR CART 9: 신동호

“IN YOUR CART”는 팀 렛잇비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온라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본격 취향 탐구 인터뷰 코너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감각이 담긴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아홉 번째 인터뷰이는 술 빚는 여행자 신동호님입니다.

 

이름: 신동호

직업: 여행작가, 양조사



'술 빚는 여행자' 별칭을 갖고 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직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고 쑥스러워 자기소개할 때, 여행작가가 아니라 ‘여행자’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완결된 내 소개는 ‘술 빚는 여행자’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짧은 거리라도 여행 가듯 동선을 짜고 움직인다. 사소한 지형지물도 여행지라 생각하며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다. 이를 바탕으로 가끔 글을 쓴다.



술은 어떻게 빚게 됐나. 부모님이 양조장을 하셨거나, 막걸리를 연구하는 식품학과라도 전공한 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인생의 플랜 B로 바리스타를 고민했다. '낮 회사 밤 카페' 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단골손님이 직접 빚은 술이라며 시음을 권유했는데, 그 맛에 혀가 놀랐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가양주연구소 수강생이 됐다. 벼랑 끝 전략 차원에서 다니던 직장도 호기롭게 그만뒀다. 참고로 부모님은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으시고, 특히 술은 백해무익이라고 하시는 분들이다. (웃음)




첫 술의 경험은?

첫 술은 수능 끝난 직후였다. 그때 술다운 술을 처음 마셨다. 마신 정도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주량의 끝을 시험했던 것 같다. 첫 술이니 주량을 가늠할 수 없어 주는 대로 권하는 대로 마셨다. 성인의 문턱에서 내 주량의 위대함을 경험한 후 20대부터 줄곧 들이부었다. 평소 낯을 가려 인간관계의 윤활제가 필요했는데, 술이 제격이었다. 주종은 단순했다. 모든 주점에서 파는 저렴한 술 위주로 마셨고, 가끔 양주라 칭하는 고도주를 마시며 '술자리 플렉스'를 즐기는 정도였다. 지금도 일주일 동안 커피는 없이 살아도 술은 없으면 못 산다.



술, 여행... 남들에게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업이라고 하기에는 수입이 많지 않다. 그래서 업이지만 취미처럼 느슨하게 운영한다. 흔히 말하는 ‘적당히 벌어 편하게 살자’ 주의다. 현재 독립출판사 대표로 책을 쓰면서, 마포에 위치한 구름아양조장의 양조사로 일하고 있다. '만남의장소' 등 최근 꽤 '힙해진' 막걸리(탁주)와 맑은 청주(약주)를 빚고 판매하고 있다.


만드는 술을 소개해줄 수 있나? 술 빚는 일의 즐거움과 애로점은?
'만남의 장소'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 오랜 발효, 숙성기간을 거쳐 고가에 팔리는 술이다. SNS로 예약을 하고 완성되면 직접 양조장으로 찾으러 와야 한다. 한 번 술을 담그면 많아야 300여 병이 나오는데, 올 초 예약 공지가 뜨자마자 이틀 만에 동이 났다. 그래도 아직 제대로 수익 창출하려면 멀었다. '존버'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술을 마시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은 즐겁다.



최근 전통주가 인기다. 우리 술을 빚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어떤가.

전통주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술로 접근하는 것 같다. 내가 우리 술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상황이 비슷하다. 천편일률적으로만 알다가, 약 2,000개가 넘는 전국 각지의 술을 알게 됐을 때 든 놀라움과 호기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후 제대로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우리 술을 배웠던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품고 있는 모토가 ‘디자인도 맛’이라는 거다. 고루한 이미지를 탈바꿈만 해도 사람들이 우리 술을 많이 찾을 거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나 혼자 고민했던 게 공론화됐고,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우리 술에 관심을 갖고 있게 됐다. 어느덧 전통주가 신선한 소비재로 올라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전통주가 더 대중화되기 위해선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그건 반대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아일랜드 여행 기록집 <I wish, Irish>, 아일랜드 손글씨 가이드북 <더블린노트>,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여행 동화 <위클로우의 파라다이스>... 다 아일랜드다. 왜?

마이너, B급, Indie. 인생에서 추구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아일랜드 역시 영국에 비해 B급 정서가 잘 배어 있지 않은가. 남들이 흔하게 가는 나라가 아니라 매료됐다. 그동안 유럽 25개국을 다녔다. 아일랜드에선 1년 동안 지내봤고, 살면서 애증의 나라가 됐다. 이후 고향 같은 마음으로 2년 꼴로 방문하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 아일랜드에서 살고 싶냐고 물으면, 난 여행으로 만족한다고 답한다. 애증의 나라니까!



아일랜드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혹시 운 좋게 이달 세인트 패트릭스 기간에 아일랜드에 머문다면,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퍼레이드를 관람하는 걸 권한다. 무엇보다 맥주의 성지인 더블린에서 무조건 두 곳은 가봐야 한다. 템플바와 기네스스토어하우스(브루어리 투어). 아이리시 음악과 전통춤 리버댄스를 듣고 보면서 맥주를 마시면 혼이 빠질 정도로 즐거울 거다. 더블린 외에는 버스킹의 고향인 골웨이(Galway)나 그 아래 둘린(Doolin) 등 작은 도시 여행을 추천한다. 소박하지만 진짜 전통의 아이리시 문화와 만날 수 있다.




책방에서 술빚기 클래스도 운영하는데, 참여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술을 빚기 위한 마음가짐?

술빚기 수업은 인천의 작은 책방인 북극서점에서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 개수대가 존재하는 키친 스튜디오가 아닌 테이블만 존재하는 책방에서 실습이 가능할지가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술빚기에 필요한 고두밥은 미리 지어오고, 세척하는 과정이 없이도 가능한 커리큘럼을 기획했다. 수정, 보완을 거치며 현재 약 10곳이 넘는 책방에서 술빚기 클래스를 진행했다. 술은 살아 있는 효모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려동물 다루듯 해야 한다. 그런 신중한 태도와 애틋한 마음가짐만 갖는다면 누구나 술을 빚을 수 있다.





작가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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