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Green: Interview Series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 식물을 기르는 일은 무언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상호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식물을 보살핌으로써 나 역시 돌봄 받는 기분을 느끼고, 나아가 내가 딛고 사는 땅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식생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식물이 일상의 기쁨이 되어준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존재이자, 지구와 연결해주는 매개로써 식물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한 심다 이주연, H22 장우희 대표, 그리고 각자 영역에서 자신들만의 재능과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과 사랑을 말하는 4명의 인터뷰이와 만나 지구를 위한 식물 생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01. H22 대표 장우희
02. 심다 대표 이주연
03. 그림책 안내자 무루(박서영)
04. 콜라주 아티스트 사키(권은진)
05. 팔사진관 대표 이혜나
06. 도자기 수리 공예가 수미
Q 비닐 공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비닐은 천과 가죽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색과 질감이 다양해요! 그래픽이나 패턴을 입힐 수도 있죠. 물에도 강하고 열을 가해서 쉽게 가공·변형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처음에는 조형작업 소재로만 사용하다가, 비닐의 소재적 장점을 활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동시에 환경적인 이슈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Q. 버려지는 것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살아있는 식물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 새로운 의미였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 또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나요?
"섬유 전공이라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분야가 가방 등 패션 제품이었어요. 하지만 비닐은 패션뿐 아니라 리빙 분야에 접목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소재에요. 이번 프로젝트처럼 잠재력이 많은 비닐 소재를 사용해 꾸준히 작업하고 싶어요. 구상해 둔 아이디어도 많거든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열압착 비닐 소재의 적용분야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단순히 일회용품, 쓰레기라고만 여겨졌던 비닐의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평소 식물 일에 반환경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에 고민과 성찰이 있으셨던 걸로 아는데요.
“식물을 떠올려보면 친환경적, 자연적인 느낌이 먼저 와닿잖아요. 저도 그 점 때문에 식물에게 매료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식물을 다루는 일을 해보니, 그 과정에서 반환경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작게는 식물이 담긴 고무포트부터, 화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깐다거나, 물을 머금는 살아있는 식물의 특성상 방수 포장이 필수일 때가 많아 비닐 사용도 잦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식물을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다루고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 작업실에선 식물을 포장할 때 신문지를 많이 사용하고요, 종이 봉투와 종이 에어팩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있죠. 작은 요소들부터 친환경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최대한 덜어내면서 기능은 갖춘 소재들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무궁무진한 친환경 세계가 어렵기도 하지만 식물을 위한, 지구를 위한, 사람을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져요.”
Q. 지식생 키트가 심다 브랜드에 갖는 의미가 있을까요?
“기존 키트에선 내부 패키지를 종이로 구성해 선보였었는데요. 이번 지식생 키트는 패키지부터 내부 구성품들까지 모두 친환경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업그레이드가 된 기분이에요! 특히 H22의 위메프 택배 비닐을 업사이클한 화분, 분갈이 매트는 저희의 고민에 방점을 찍어준 제품이에요. 버려진 비닐을 식물 생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앞으로 저희 심다는 지식생 키트처럼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식물 생활과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 보려합니다.”
Q. 일을 하면서 식물에게 배우는 점은 무엇일까요?
Q. 식물 일의 지향점, 또는 일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이번 프로젝트 이름처럼 지속 가능한 식물 생활을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살아있는 식물이다 보니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두려운 것 같아요. ‘식물을 키운다’ 보다 ‘식물과 함께 지낸다’의 마음으로 부담을 낮춰 용기 내보기를 바랍니다. 자랑처럼 아이와 반려동물 사진을 보여주시죠? 매일 다른 식물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 주변과 나누는 모습도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의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식물 생활을 심다가 응원합니다.”
Q.식물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취미라는 점에서 그림과 공통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시각각 변화하며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주는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과 닮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특히 고사리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고사리 식물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들려주세요!
Q. 작가님에게 식물 생활, 정원 가꾸기란 무엇인가요?
“일상 생활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일이자, 삶의 조화를 이루는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방법이에요.”
Q. 지식생 키트는 ‘지구에 무해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을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인간•동물•자연이 공존하는 삶, 지구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실까요.
“공생의 의미는 이제 이타심을 넘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는 아마도 팽창을 거듭하며 맹목적으로 성장한 자아를 어떻게 다스리는가 일 듯해요. 식물생활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Q. 식물 생활에 막연히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식물이 죽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실패하지 않고 터득할 수 있는 요령은 없다는 걸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경험하고 있잖아요. 식물생활도 새로운 삶의 기술을 하나 익히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면 훨씬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보통 일상의 평범한 소품이나 음식 등을 활용해 콜라주를 하시던데,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저의 가까이에 있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이것저것 관심 있는 매체가 다양하고, 좋아하는 작은 물건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그런 요소를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콜라주가 아닌가 싶어요.”
Q. 작가님께 식물은 어떤 의미를 주는 존재인가요?
Q. 작품 색감이 대부분 화사하고 강렬한데요. 식물의 색은 그에 비해 단조롭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식물의 색은 크게 보면 그린 컬러 한 톤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여럿으로 나누어진 색이 많이 보이거든요. 그래서 꽃이나 식물들의 컬러나 생김새를 가만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Q.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컬러를 하나만 꼽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어두운 컬러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긴 해요. 밝고 고운 컬러를 좋아하고요. 작업에선 그때그때 활용하고 싶은 컬러가 떠올라요.”
Q. 지식생 키트를 받아보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화분과 매트, 흙, 자갈까지 모두 한 키트에 포함되어 있어 식물을 처음 접한 분들도 설명서만 읽어보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구성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특히 매트는 이런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던 아이템이라 깜짝 놀랐어요. 두고두고 잘 사용할 것 같습니다.”
Q.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진에서 식물은 어떤 존재가 되어주나요?
"생명력이 있는 피사체죠. 저흰 인물사진을 많이 찍는데 식물 또한 인물만큼이나 생동감 있고 표정이 있는 피사체라 생각해요."
Q. 팔사진관이라는 이름이 독특하고 재밌어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름을 지을 당시엔 너무 의미를 담고 싶지 않았어요. 그 당시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을 길게 하는 것들로부터 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남편이랑 서로 좋아하는 숫자 이야기가 나왔고 한글자니 쉽다, 그걸로 하자 뭐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지었어요. 근데 지금은 의미가 많이 생겼어요. 손님들이 이 질문을 정말 많이 주시거든요. 그때마다 이름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같이 찾게 되었어요. 8은 사랑하는 사람 모양을 닮았어요. 팔사진관은 항상 love, life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각각의 동그라미가 두 개 합쳐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Q. 지식생 키트 또한 인간, 동물, 자연이 연결되고 공존하는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사람들과 또 지구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선 어떤 마음이나 태도가 필요할까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이들을 낳아 키우다 보니 이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가 과연 얼마나 버텨줄까 하는 걱정이 생겼죠. 그래서 아이들과 지구 환경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편이에요.작년에 첫째 아이가 환경을 주제로 몇 달을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려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아이가 산책을 할 때 쓰레기를 스스로 줍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스스로 '환경보호가'를 꿈이라고 말하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는 내가 키우는 아이들이 지구와 이웃을 사랑하고 스스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크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아이 둘과 함께 하는 집에 식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Q. 아이에게 버려질 뻔한 비닐을 새활용해 만든 화분이라고 알려 주셨나요? 아이의 반응이 궁금해요.
“집뿐 아니라 아이들이 다니는 숲유치원에서도 환경 문제는 자주 다루는 주제에요. 그래서 쓰레기를 활용해 만들기도 매일 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참이었어요. 버려질 수 있는 비닐을 이렇게 화분으로 만든다고 하니 아이들이 지금부터 비닐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모으겠다고 합니다. (웃음) 저희 가족에게 지속 가능한 식물 이야기, 지구 생활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Q. 킨츠기 공예가 뭔가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를 다시 살리는 기법으로 옻칠공예 중 한 분야에요. 생옻, 밀가루, 토분, 목분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해서 깨진 도자기의 상처난 곳을 수리하고, 수리한 부분에 금분을 올려 미적인 효과를 더하는 작업이죠. 원래 도자기를 공부했어요. 도자 작업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가마에 들어갔다 소성 과정에서 깨지거나 뒤틀림 혹은 갈라짐 현상이 생겨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요. 멀쩡해 보여도 하자가 생긴 부분이라 깨버리는데 그게 참 속상하더라고요. 그때 일본인 친구가 킨츠기 기법을 배워보라고 권해서 그길로 교토에 가서 배우고 왔어요.”
Q. 식물을 좋아하시나요? 꼭 화분이 아니더라도 작업실 창밖 풍경, 길거리에서 만나는 자연에 영감을 받으실 것 같아요.
Q. 버려질 뻔한 비닐을 공예적 기법으로 업사이클링해서 식물 화분과 매트를 만들었는데요. 공예하시는 입장에서 제품을 받아보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버려질 뻔한 비닐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계속 써도 좋을 만큼 매트와 화분이 정말 튼튼하더라고요. 가볍고요. 저도 업사이클링을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말 유심히 살펴봤거든요. 직업병이죠. (웃음) 깨끗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매트를 보면서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킨츠기 작업할 때도 써보려고요.”
Q. 식물을 돌보는 것과 그릇이나 기물을 수리하는 것에 꾸준한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꾸준한 관심과 정성. 이게 도자기 수리를 하는 공예가로서 제 작업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물 수리는 매일의 반복이거든요. 쉼과 여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 손의 감각을 잊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식물도 매일 관심과 정성을 주어야 건강하게 사계절을 함께 보낼 수 있을 테죠.”
Q. 지식생 키트는 ‘지구에 무해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을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공예가로서 또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나 실천이 있으실까요?
“업사이클링과 관련한 킨츠기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육아를 하다 보니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나에게는 불편함을 이기려는 작은 노력이 내 아이에게는 혹은 환경과 지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요. 에코백 사용으로 비닐 사용 덜하기, 물티슈 사용을 어떻게든 줄여보기, 플라스틱 수세미가 아닌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기 등 생활 속 실천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이런 행동들을 앞으로도 제 삶에 천천히 더 녹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