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사랑니를 뺐다. 고것에 담았던 낭만 같은 것들은 진즉에 사라진 지 오랜데 다 늙어 도망간, 깨져버린 치아는 부끄러움이거나 쑥스러움이려나.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닐 그리움이려나. 무엇이 됐든 이제는 쓸모없는 이야기. 뿌리까지 뽑혀 사라져버린 이야기.
향수 냄새 섞인 찬 공기를 기억한다. 한 걸음 앞서 걸어가던, 한 번을 돌아보지도 않았던 사람과 그를 스쳐 온 바람마저도 시샘해야 했던 시간. 매서움에 찌든 코끝으로 다시금 향이 깃드는데,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 수도 없어 먼 서쪽만 바라본다. 어딘가엔 있겠지 하고 턱도 없이 멀어진 그 사람의 기억을 콱 찔러 넣은 손안에서 주물거린다. 먼지 구덩이 주머니 한 폭이 세상 전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