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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 Feb 07. 2024

세븐틴 앵콜 콘서트는 왜 팬들의 출구가 되었나

FANDOM :: 그렇게 캐럿이 된다

2024년 1월 29일 월요일이 시작되는 자정, 세븐틴 월드투어 <FOLLOW>의 앵콜 공연이 공지됐다. 3개 도시, 6회의 공연. 작년 7월에 시작한 투어가 앵콜까지 하면 올해 5월에 끝나는 것이니 투어만으로 1년을 보낸 셈이다. 그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소식에 한국 팬들이 환영보다 원성을 쏟아낸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기획사의 공지가 발표되기 며칠 전부터 세븐틴 멤버들은 SNS를 통해 앵콜 공연의 존재를 알렸고, 팬들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된 와중이었다. 공지 노출 후 이어진 팬들의 분노에 아티스트와 기획사는 당황스러웠을까? 과연 팬들보다 더? 팬의 입장이기도 스태프의 입장이기도 한 사람으로서 드는 복잡한 마음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상승세는 팩트다.

세계 최고를 향한 FOLLOW


음반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 500만 장. 지난해 세븐틴의 기록은 케이팝 업계에 큰 화두였다. 비슷한 판매량을 보이던 그룹들은 이를 의식해 비슷한 수치에 발맞추고자 분투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마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반면에 세븐틴은 작년에 발매한 2개의 음반 모두 초동 판매량 450만 장, 500만 장을 기록하며 우연한 결과나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일본에서는 관객 3~5만 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돔 규모의 5대 공연장 투어를 마쳤고, 일본 콘서트 기간 내에는 도시별 특색을 살린 대규모 프로모션 ‘THE CITY’를 진행해 역시 팬들큰 호응과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발표한 2022-2023 세븐틴의 유튜브 조회수 1위 국가가 일본, 2위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세븐틴의 주요 무대임이 분명하다. (세븐틴은 2020년 4대 돔 투어를 예정했으나 팬데믹으로 취소한 바 있다.)


3세대 아이돌의 롱런으로 세대교체라는 말이 무색해진 케이팝 산업에서 세븐틴도 재계약과 팬데믹이라는 큰 어려움을 모두 넘기고 해마다 놀라운 성과를 맞이하고 있다. 본거지가 아닌 외국에서, 데뷔 9주년이 되는 날, 수용 관객 7만 명의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레지 않았을까. 무려 한국 그룹 사상 두 번째 입성.


 10th Mini Album 'FML' (2023.04 발매) / 11th Mini Album 'SEVENTEENTH HEAVEN' (2023.10 발매)
SEVENTEEN TOUR 'FOLLOW' TO JAPAN - 'THE CITY' PROJECT




문제는 동상이몽이다.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FOLLOW


동상이몽의 비극은 여기서 비롯된다. 아티스트에게는 커리어와 수입에서 호재에 마땅한 일이 팬에게는 팬 생활을 무기력하게 하는 악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은 세븐틴이 <FOLLOW> 투어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할애한 국가로, 전체 20회 공연 중 12회를 차지했다. 한국이 2회, 다른 아시아 국가가 6회에 불과하니 일단 수부터 압도적이다. 그런데 앵콜 공연 마저 한국 2회, 일본 4회 추가라니. 심지어 데뷔 기념일인 5월 26일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에서 보내다니. 사실을 열거하는 것만으로 한국 팬들의 한탄은 깊어졌다.

 

여행하러 일본 가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닌 때이니 만큼 공연 보러 일본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공연을 관람도 전에 포기하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일단, 기회와 비용의 문제다. 일본의 공연 관람은 예매제가 아닌 추첨제로 진행된다. 추첨권은 팬클럽 회원에게 우선으로 부여되는데, 팬클럽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일본 내 주소가 있어야 한다. 즉, 외국인이 세븐틴 콘서트에 가는 기회를 얻으려면 일본 주소지를 구매해야 하고, 팬클럽에도 가입해야 한다. 당첨이 된다 하면 그때부터 체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비용이다.


다음으로, 일본 공연 관람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한 공포가 있다. 일본에서는 공연 관람 시에 전자기기로의 촬영을 엄금한다. 우리나라 역시 제한하고는 있으나 비밀리에 찍거나 팬들 사이에서 이를 숨겨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휴대폰으로도 촬영을 하다가 적발되면 즉시 퇴장에, 팬들 사이에서도 이를 고발하는 일이 보편적이다. 이때 적발된 사람이 자국민이 아닌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한 감정을 의심케 하는 수준의 멸시와 조롱을 겪기도 한다. 관련한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일본 공연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SEVENTEEN TOUR 'FOLLOW' POSTER (SEOUL - JAPAN - ASIA)




해법은 이상이다.

명령이 아닌 공감의 FOLLOW


공지 이후 많은 팬이 트위터(엑스) 계정을 닫거나 쉬어가기로 하는 결정을 지켜보면서 ‘팬 생활을 마무리하는 건 이런 감각이었지’ 문득 떠올렸다. 작년, 세븐틴의 팬미팅 <CARAT LAND>부터 불법 예매의 성행과 해외 팬들의 높은 관람률로 한국 팬들의 팬 경험이 많이 축소되어 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 시장으로의 적극 진출과 수익 구조 마련은 산업 구조상 불가피한 결정임을 안다. 아티스트의 활동을 보장하는 일에는 자본이 필수이기에 해외에서의 성공은 결과적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반갑고 감사한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연은 뮤지션 팬들에게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팬 경험이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듣고 상상하던 음악과 교류의 감각을,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며 새로이 덮어 쓰는 경험은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연 참여가 좌절되었을 때의 실망감과 박탈감은 모집부터 소수의 참여가 예상되는 팬 사인회나 공개방송에의 불참과 견줄 수 없다. 아티스트에게도 공연은 업의 의미를 참되게 하는 남다른 차원의 경험지 않은가.


공연 참여와 관련한 문제에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더욱 적극적으로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행동의 기초다.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된 티켓에 대해 엄벌해야 하고, 추첨제 진행 시에는 한국 팬의 비율이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사운드체크 같은 형식으로 VIP 경험을 제한하고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 개최 자체가 축제와 기념이 될 수 있도록 전체 관객의 경험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국내 공연장의 대관 문제는 팬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닌, 회사 재량의 영역이다. 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한국 팬들에게 해외 공연 참여를 권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지 운영 시 참여의 편이와 관련 개선 노력을 꾀해야 한다.

  

시간의 유한성이 모든 기대와 실망을 창조한다. 가까운 시일 내 병역 의무 수행으로 활동을 쉬어가는 멤버들이 예상되고, 재계약 후의 단체 활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팬들의 아쉬움은 당연지사다. 팬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 기획 단계에서 우선순위를 적절하게 조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데뷔 기념일과 스타디움 입성 시기를 구분 짓는다거나, 앵콜 공연 일정 중 한국을 마지막 차례로 두어 상징을 부여하는 식으로 말이다. 때론 '내부 사정'이란 표현으로 밖에 전할 수 없는 진실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가 최선의 고려와 선택이었을까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SEVENTEEN TOUR 'FOLLOW' AGAIN SPOT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의 방영과 함께 장기간의 투어 및 해외 활동으로 연약하게 이어지던 팬 활동이 드물게 열기를 띄던 요즘이었다. ‘캐럿의 귀환’이라 명명하며 팬 생활을 쉬어가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건넨 지난 몇 주. 나나투어로 엿본 세븐틴의 모습이 우리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세븐틴의 그것과 여전해서 반갑다는 소감으로 운을 띄운 연락이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앵콜 공연 공지를 받아 들곤 머쓱해지고 말았다.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공연을 두고 기대감을 불어 넣기에는 지난 실망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나는 팬미팅에도 콘서트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예매에 실패하고 추첨에서 낙첨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생중계로 팬미팅을 지켜보긴 했지만, 팬데믹 중에 지겹게 겪은 탓일까 온라인 관람은 아쉬움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결국 콘서트 무렵부터는 팬 생활을 잠시 쉬어갔다. 내 자리가 없는 축제에서 서성이기에는 마음이 넓지 못하다는 자책을 하며. 마침 일에서의 번아웃을 함께 겪던 시기여서 팬이라는 정체성은 최후의 보루로 붙들고 있을 수 있었지만, 팬 생활의 재미를 회복하려는 시기에 이런 공지는 안타까움마저 들게 한다.


세븐틴이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를 꿈꾼다고 하면 그건 엄밀히는 세븐틴의 꿈이다. 캐럿의 꿈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세븐틴은 캐럿에게 자랑스럽고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더 큰 기록을 세운다고 해서 캐럿으로서의 행복과 기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븐틴의 열망은 오롯이 그 삶을 살아내는 열세 명,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커리어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팬들의 존재를 그 여정에 응원으로 여겨준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앵콜 콘서트 공지가 팬들의 출구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이번 앵콜 공연을 향한 세븐틴의 기대와 팬들의 기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이 이 세계의 문을 나서기로 선택했다는 것. 팬들의 마음을 다 안다는 식의 발언이 위험한 이유다. 아티스트는 팬들의 심정을 모른다. 팬들이 아티스트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언젠가, 응원하던 그룹이 분열되고 팬들은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인터미션인 줄 알았더니 공연이 끝나 있었다’ 그때를 비유한 표현을 빌려 나는 내 팬 생활의 한 시절을 마감해야 했다. 이제 학습된 케이팝 팬들은 먼저 자리를 뜬다. 더욱 크게 상처받기 전에.


그럼에도 나는 아직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조금 더 애정을 발휘하고 싶다. 일본 공연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 사이에 묻힌 한국 공연이 있다. 한국 앵콜 공연 장소인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날씨 변수라는 우려 사항이 있긴 해도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 가능성을 희망해 본다. 비록 2만 석 규모라는 고척돔에도 나의 자리는 없었지만. 무대 위에서 당분간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열세 명으로의 콘서트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캐럿이라면 누구나 같지 않을까. 이 마음만은 세븐틴도 같았으면, 또다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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