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DOM :: 그렇게 캐럿이 된다
단 7일. 어떤 신이 세상을 만드는 데 그만큼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분명 신화였다. 내가 세븐틴 입덕을 인정하고 유료 팬클럽에 가입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그 모든 일이 단 7일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나에게는 나름의 입덕 법칙이 있다. '그룹 내 눈물 많은 멤버로 입덕한다.' 나는 우는 사람에게서 진심을 포착하는 순간 일단 마음의 장벽이 낮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진심에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팬이 된다. 그런 점에서 세븐틴 입덕은 명백한 예외다. 누구 하나 눈물 흘리는 것을 보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급발진이라니. 게다가 입덕 부정기 조차 없었다. 자각한 즉시 입덕 인정! 인정 후 일주일 만에 유료 팬클럽인 'CARAT MEMBERSHIP(캐럿 멤버십)' 가입! 어떤 세상은 이렇게도 만들어진다.
대체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에 마음이 열려있는 나지만 팬이 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난이도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진정성과 책임감의 차원에서 말이다. 아티스트와 팬이 노래나 퍼포먼스를 넘어 삶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교류할 수 있는지, 좋지 않은 일을 맞이한 순간에도 기꺼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따지게 된다. 이상적이고 거창한 이야기지만 내 삶의 일부는 이런 시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단 7일만에 일어난 일이라 해도 세븐틴 입덕이 가벼운 결정은 아니었다.
<GOING SEVENTEEN (고잉 세븐틴)>은 요즘 아이돌 팬들에게 무한도전 급 영향력을 행사한다. 에피소드 명으로 콘텐츠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토리가 있는 에피소드는 해석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여겨진다. 프로덕션에서도 이를 노린 듯 에피소드별 로고를 컨셉츄얼하게 디자인하고 자막으로 또 하나의 멤버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 결과 2018년부터 "세븐틴 자컨(자체 컨텐츠)이 그렇게 재밌다"고 돌던 입소문은 2020년 즈음 '돌판의 무한도전'으로 진화해 팬덤을 가리지 않는 콘텐츠 시청자 통합을 이뤘다.
알면서도 이제야 <고잉 세븐틴>에 빠지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멤버 수가 너무 많았다. 2018년부터 몇 번 시청했으나 13명의 멤버를 명확히 알지 못한 채로 보았기에 흥미도 집중도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발매한 미니 9집 <Attacca(아타카)>가 큰 역할을 했다. 노래가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2021년 10월의 플레이리스트는 오직 그 음반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몰입하다 보니 세븐틴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난 2~3년 사이 차곡차곡 쌓인 <고잉 세븐틴>은 그 호기심이란 불에 풍족한 장작 역할을 했다.
영상 하나에 30분 내외, 하루에 10편을 보면 5시간이 순삭이다. 넷플릭스, 왓챠가 아니라 유튜브 무료 콘텐츠로 제공되는 끝 없는 즐거움. "한 편만 더 보고 자자"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낮만큼 뜨거운 새벽을 이어갔다.
입덕을 인정한 나를 반겨준 것은 대기업 덕질의 무궁한 멤버십 서비스였다. 무료 설치/이용이 가능한 Weverse(위버스) 앱은 메인 화면 상단에 아티스트별로 섹션이 나뉘어 있어 닉네임만 설정하고 가입하면 아티스트별 콘텐츠/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 소속사 차원에서 아티스트-팬덤 간 소통을 위해 이용하던 다음 팬카페를 대신하는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 UI는 페이스북과 비슷한데다가 버튼 하나로 아티스트와 팬들의 모든 글을 번역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해외 팬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Weverse shop(위버스 샵) 앱을 함께 설치하면 기본적인 공식 팬덤 활동을 소화하는 데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보통 입덕을 했더라도 유료 팬클럽에는 바로 가입할 수 없다. 1년에 1번 모집하는 유료 팬클럽 가입 시기가 있어 시기를 놓치면 어쩔 수 없이 다음 기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버스 샵에 입점한 일부 아티스트들은 상시로 멤버십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아함을 미루지 않아도 되는 점이 큰 장점이다. 1월 말, 마침 세븐틴 공식 팬클럽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고 나는 입덕일로부터 일주일째이자 캐시백 이벤트 마지막 날인 1월 31일에 위버스 신한카드 세븐틴을 발급받음과 동시에 캐럿이 되었다.
선언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가장 진실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캐럿이다!"라는 선언은 그저 멤버십 하나에 가입했음을 알리는 말이 아니라, 세븐틴을 좋아함으로써 얻는 기쁨과 용기를 내 삶을 긍정하는 양분으로 사용하겠다는 선순환적 고백이다. 나는 <고잉 세븐틴>에서 포기하지 않는 태도로 운동하는 세븐틴을 보며 운동을 시작했다. 또 고민과 애정을 담아 음악을 만드는 세븐틴을 보며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덜 생각하고 더 행동하기로 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드는 힘, 이건 아무래도 사랑이다. 고맙다, 세븐틴!
*추천 글.
위버스 매거진, <[인터렉티브] SVT makes SVT> (2021.10.21)
: 지난해 발매된 미니 9집 <Attacca> 전까지의 세븐틴의 역사와 기록이 잘 정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