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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처타임즈 Mar 17. 2020

#3 빨간 건 레드, 하얀 건 화이트, 거품있는 건 샴

[컬처타임즈 이지선 칼럼]


▲드링크프리뇌흐

 주변의 친구들도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도 와인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를 뒀으니 맛있는 와인을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 모임에 한 번씩 와인을 들고 갈 때가 있는데 와인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반응도 제 각각이다. 한 번은 샴페인 한 병을 들고 간 적이 있는데 “오늘은 와인이 아니고 샴페인을 갖고 왔네?”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샴페인도 와인의 일종이라며 알려줬던 기억이 있는데 와인 초보자들에게는 와인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을 잘 모르던 때 내게도 빨간 건 레드 와인, 하얀 건 화이트 와인이 다였다. 와인 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레드 와인의 이미지가 강했고,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와인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와인을 한참 공부하고 난 뒤였다.

와인은 다양한 기준으로 나눠진다. 컬러, 거품의 유무, 단맛의 정도, 고도 수의 알코올 첨가 유무 등. 이처럼 다양한 기준이 있기에 와인 애호가는 골라 마실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초보자들은 와인을 구입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히, 와인의 종류를 구분하게 되는 것만도 와인 구입을 위한 지표가 될 것이다.


 

▲와인폴리

컬러: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핑크빛의 로제와 인으로 나눠지며 와인이 만들어지는 ‘양조’ 과정의 차이로 각각의 독특한 색감을 띄게 된다. 적포도로 만들어지는 레드 와인은 포도껍질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와 타닌이 포도 즙에 우러나는 ‘침용’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과육의 투명한 즙이 비로소 ‘레드’ 컬러를 갖게 되는데, 한마디로 침용을 거치지 않은 적포도 즙은 우리가 아는 레드 와인의 색이 아닌 화이트 와인의 그것에 가깝다. 포도 껍질에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색소 역할을 하는 안토시아닌과 타닌 역시 폴리페놀 성분 중 하나이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도 크게 사랑받는 블루베리나 아로니아가 바로 폴리페놀 성분을 가장 많이 지닌 대표적인 과일이다.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어지며 껍질 자체에도 빛깔이 거의 없지만 양조 과정에서도 포도 즙이 껍질과 닿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양조과정이 가장 궁금했던 와인은 로제 와인이었는데, 와인을 오래 마셔온 분에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만드는 게 아니냐고 물었을 때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만드는 와인은 존재했고 로제 샴페인을 만들 때의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일반적인, 기포가 없는 로제 와인은 적포도의 껍질에서 색소가 우러나는 시간을 레드와인보다 짧게 거쳐 만들어진다.
 
  

▲(출처/위키미디어)

스파클링 와인: 거품이 있는 와인은 스파클링, 없는 와인은 스틸 와인이라 부른다. 우리가 와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레드나 화이트 와인들이 스틸 와인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이라 하면 샴페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만을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 프랑스의 모 명품 회사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의 향수를 출시했다가 소송이 걸렸고 패소하여 실제로 향수 출시가 불가했던 사건도 있었으니 ‘샴페인’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가히 어마어마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는 샴페인뿐만 아니라 클레망 Cremant이라는 스파클링 와인도 있는데 샹파뉴가 아닌 산지에서 샴페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 외에도 스페인의 까바 Cava, 독일의 젝트 Sekt, 이태리의 스푸만테 Spumante 등 다양한 스파클링의 종류가 존재한다. 그러니 이제 스파클링 와인을 사러 가서 무작정 ‘샴페인 좀 추천해달라’ 기보다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당도: 소믈리에로 근무할 때 손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레드 와인인데 달지 않은 걸로 추천해주세요’ 혹은 ‘단맛이 나는 와인을 추천해주세요.’였다. 당도에 따라 높은 당도의 와인은 스위트 와인, 당도가 낮은 달지 않은 와인은 드라이한 와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와인숍에서 판매되는 와인 중 대다수가 ‘드라이’ 하다고 표현하는 달지 않은 와인이다. 실제로 높은 비율의 당분을 함유한 와인은 스위트 와인이라 부르며 스위트 와인이라는 정보를 알려주는 특정 용어들이 적혀있다. 호주의 진한 레드 와인인 ‘쉬라즈’라는 품종으로 만든 와인 같은 경우, 잘 익은 과일향과 높은 알코올 도수 덕에 달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드라이 와인으로 나뉘지 스위트 와인으로 나뉘지 않는다.
 

  스위트 와인은 일반적인 수확 시기를 넘겨 과숙한 포도로 만드는 레이트 하비스트 와인, 언포도로 만드는 아이스와인, 특정 곰팡이가 피어 만들어지는 귀부 와인, 말린 포도로 만들어지는 와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며 우리가 드라이한 와인을 마셨을 때 ‘약간의 단맛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확연하고 강렬하게 단맛이 느껴진다. 

▲와인폴리

주정강화 와인: 흥미로운 역사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높은 도수의 와인들이 있다. 평균 도수가 17%~20%에 육박하는 주정강화 와인은 대표적으로 포르투갈의 포트와인과 스페인의 셰리 와인이 있다. 포티파이드 Fortified 와인 혹은 주정강화 와인이라 불리는 이 와인들은 와인이 발효되는 과정 중에, 혹은 발효 후에 77%에 육박하는 브랜디를 섞어 만들어진다. 포트와인은 영국이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에 패배한 후 영국의 높은 와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수입하며 생겨나게 된 와인으로 포트와인과 셰리 와인 모두 장기 보관을 위해 만들어진 와인이다. 한마디로 지금처럼 보관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 장거리를 이동하며 와인이 쉽게 산화되고 상하자 이를 막기 위해 보존제로 브랜디를 첨가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주정강화 와인은 높은 알코올 도수 덕분에 오픈한 뒤에도 일반 와인들보다 지속력이 길기에 한 달 정도도 보관하며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술이 바로 와인이다. 와인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같은 와인이라도 와인을 모르고 마실 때와 조금이라도 알고 나서 마실 때의 그 맛은 전혀 다른 와인이라고.
와인의 다채로운 종류를 구분하는 것부터 와인을 알아가는 첫걸음으로 삼다 보면 새로운 와인 맛이 불현듯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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