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가는 중

배달앱에서 보내는 시간들

by 배시시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하고 싶어.


언젠가부터 매일 저녁 이런 생각을 한다. 배달앱을 킨다. 팝업 광고를 슬쩍 보고 닫기 버튼을 누른다. 할인 쿠폰을 준다는 배너를 누른다. 모든 쿠폰을 일일이 눌러서 다운로드를 한다. 난 포장을 할 생각이 없지만 혹시 모르는 포장 쿠폰까지 다 받았다. 혹시 몰라, 혹시 모르니까… 하면서 최고의 메뉴를 찾기 위한 탐색을 시작한다.


살짝 매콤한 게 땡기는 거 같다. 마라탕? 아님 국물 처리하기 귀찮으니까 마라샹궈? 그러다 어제 친구가 닭발 얘기를 한 게 떠오른다. 닭발을 먹을까? 몇 달 전에 시켰던 주문 목록을 뒤진다.


이 집 맛이 어땠더라? 리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극찬을 했기 때문에 진짜 어떻게 먹었는지 나는 내 리뷰를 보고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서 닭발을 시켰더니 함께 왔던 옥수수콘, 두부과자 등의 사이드 메뉴 사진을 보고 아아 여기가 매운맛보다는 좀 단맛이 강한 소스였지, 하고 떠올린다.


그럼 닭발 말고 오돌뼈를 시킬까, 하다가 오돌뼈 가격을 본다. 최소 주문 25,000원인데 오돌뼈 세트의 가격이 24,000원이다. 뭔가 얄미워서 에잇 안 먹어하고 다시 배달앱의 메인 화면으로 돌아온다.


육즙,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햄버거를 시켜볼 요령으로 패스트푸드 카테고리를 눌렀다. 역시 이럴 땐 롯데리아가 최고지, 하고 한우불고기를 시키려다가 문득 집 길 건너 5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배달을 시키려니 배달비 3000원이 너무 찜찜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거리가 좀 더 먼 버거킹을 시키기로 했다. 버거킹 메뉴를 둘러보다가 맥도날드로 넘어간다. 갑자기 더 치즈가 풍부한 메뉴를 먹고 싶어서 피자 카테고리로 넘어왔다. 갑자기 만사가 귀찮다. 배달앱을 끄고 유튜브를 켜서 숏츠를 보기 시작한다.


숏츠를 내리다 보니 쯔양이 자기 몸통보다 훨씬 큰 피자를 먹는 영상이 나왔다. 아 맞다 내 밥! 하고 휴대폰 화면 왼쪽 위의 시계를 봤다. 처음 배달앱을 켰을 때가 5시였는데 지금은 7시 33분이다. 더 이상은 물러설 수가 없다. 당장 식사를 골라도 배달 시간까지 계산하면 이미 저녁이 아니라 야식이 된다.


아무도 날 재촉하지 않았는데 초조하다. 다시 배달앱을 켠다. 피자 카테고리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에서 주문 많은 곳을 들어간다.


피자를 반반으로 시켜야 할지, 며칠 전에 먹고 싶었던 포테이토를 한판으로 시킬지 고민한다. 입에 투명한 침이 고이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가격이 30,000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다른 피잣집을 검색한다. 7시 45분이 넘어간다.


가장 완벽한 식사를 하고 싶어서 요새 매일 이런 저녁을 반복한다. 식사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행복을 원해, 더 나은 직업을, 더 나은 내 모습을 원해서 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미루고 초조하고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