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동굴에서 나와 다시 이 땅 위에 정착하게 될 그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지."(p.34)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책을 덮고 나의 동굴은 무엇일까를 생각했어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겁도 많죠."
막상 동굴을 빠져나오려니 두렵네요. 하긴 평생 살았던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죠. 핑계 같지만 어릴 때부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길 들으며 살았어요. 어른들의 말은 대부분 수용했어요. 그게 진리며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반기를 든다는 건 반항이었죠. 순종적인 아이가 되었어요. 그게 어른에 대한 공경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죠.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을 보며 부러웠거든요. 착하다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어요. 상처 나고 넘어져도 괜찮으니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었어요. '착하다'라는 건 어쩌면 노예도덕인지 몰라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착한 사람이 되려 했던 건 아닌가 반성이 일더군요. 변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걸 깨달았죠. 배움을 통해 얻어 가는 가치관과 나의 행동과의 괴리로 괴로웠으니까요. 동굴에서 탈출할 시기가 온 거예요.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시킬 시기 말이에요.
실은 여러 번 변화하려고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이 붕괴된다는 건 동굴이 무너지는 일처럼 두려운 일이니까요. 지나온 시간에 대한 반기를 드는 일이잖아요. 어쩌면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겠네요. 변화하기 위해선 자신이 틀렸음을 인식해야 하는데 쉽게 수긍하기 어렵잖아요. 잘못된 생각을 인정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죠. 용기는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 피하고 싶은 일이죠. 그래서 그냥 동굴 안 원시인처럼 벌레를 잡아먹고 돌멩이를 빨아먹더라도 동굴 안 삶에 적응되어 살아야 하나 짧은 생각도 했어요. 불편함이 적응되어 평온함이라 착각하면서 말이에요. 배울수록 부족한 자신을 만나는 일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배움을 통해 인식의 강을 건넜으니 동굴을 빠져나와야 해요. 평생 그림자만 보다 진짜 세상을 만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싶진 않아요. 빛의 존재를 영원히 모른 채 말이에요. 동굴을 빠져나와야 해요. 책 속의 주인공 '부기'처럼요. 인식의 강을 건넜으니 지금부터는 실천이 답이죠. '진정한 학습은 행동의 영역에서 일어나'니까요.
책장을 다시 펼쳐요.
"바깥에 이렇게 큰 세상이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동굴 속에 살게 된 거예요?"(p.35)
뒤늦게 이런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요. '인식의 강'을 건너고 보니, 동굴 안 삶이 자기만족에 취해 사는 삶이라는 걸 알겠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했죠. 잠재의식을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 매일 긍정의 생각을 잠재의식 속에 집어넣어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위해 운동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 이해 공부도 부지런을 떨었어요. 착한 사람이 아니라 강인한 사람이 되려고 사자의 정신을 정착했고요.
동굴 밖 세상은 끊임없이 배워야 할 자기 극복의 세상이네요. 부족한 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게 쉽지 않지만 멈추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