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아이가 어떻게 자라기를 원하는가

어린이집과 일반유치원, 영어유치원 그 사이를 맴돌다

by 빛변

부모로서 자녀의 교육 목표를 세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똑같겠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부모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하기 전, 어린이집으로부터 자녀의 교육관에 대해 방대한 양의 질문지를 받았다. 자연친화적 놀이중심 어린이집으로 전통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교육관이 확고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최대한 산책을 하려고 노력하는 어린이집은 아이가 자연과 어우러져 놀면서 스스로 탐구하며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교육목표로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질문지를 차근 차근 읽어가며 꼼꼼히 써내려간 답변에서 드러난 내 교육관 역시 명확했고, 어린이집의 교육관과 일치했다. 아이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내 교육목표였다. 학부모들로부터 특별활동 한 번 하지 않고 할로윈은 물론, 크리스마스 조차 챙기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한 불만을 접할 때마다 어린이집의 교육관을 고려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하나를 선택할 시기가 되면서 폭풍처럼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상 어린이집, 일반유치원, 영어유치원의 장단점을 검색하고 맘까페와 커뮤니티에서 엄마들의 글들을 찾아 읽고, 신문기사와 학술논문까지 검색하고 있다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교육화되어 있었다. 영어, 수학, 국어는 당연하고 독서, 발레, 수영, 축구, 줄넘기, 보드게임, 피아노, 바이올린, 리코더 등. 요즘 수학학원은 사고력수학, 연산수학, 교구수학처럼 분야를 나누어 세 군데 보내는 것이 사교육 트렌드라고 한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영어유치원을 다녀서 영어를 잘한다면 대회를 나가서 상을 타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겠지, 하고 알아 보니 인지도있는 영어토론대회는 3-4명이서 팀을 구성해 나가야 했다. 팀원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궁금해 찾아보니 수상 실적을 자랑하는 영어 디베이트 학원들이 나왔다.


영어 토론 대회 우승자들 인터뷰를 보니 현재 같은 학교가 아닌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고 한다. 아마도 학군지 학원에서 만났을 것 같다. 영어토론대회에서 출제된 토론의 주제는 과연 초등학생, 중학생이 그 주제를 대회에서 처음 접하고도 스스로 해결해낼 수 있는 수준일까 의문이 들었다.


영어 디베이트 학원 수업계획서를 보니 세분화된 토론 주제별로 시간표가 짜여 있었다.처음 접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과 성인 전문가와 함께 몇 시간 동안 공부하고 암기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요새는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영어 토론을 하는 학원들이 인기가 좋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토론 그 자체를 배우면 스스로 공부하고 사고해서 토론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팀 경쟁이라니, 학군지가 아닌 곳에서는 수준에 맞는 팀원으로 팀을 꾸리기 조차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면 학군지로 이사를 가야 할까.


자녀 개인의 능력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였다. 부모의 선택과 개입이 자녀 교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학원을 결정하는 것조차 자녀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보다는 부모가 선택한 것일 가능성이 높고, 여러 학원에 다니는 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쉴 새 없이 몰아부치는 사교육의 유혹을 막아내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게 된다.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학습지를 하지 않으면, 학군지로 이사를 가지 않으면 내 아이가 가진 재능을 펼치지 못하게 막는 것 같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시기에 내가 잘못 결정해서 돌이킬 수 없 것만 같은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임감의 탈을 쓴 사교육의 유혹에 무분별하게 넘어가면 부모로서의 '나'는 사라지고, 교육비만 내주는 부모인 '돈 버는 기계'만 남을 것이다.


자녀 교육의 시작은 어디이고, 끝은 어디일까. 자녀 교육관에 대한 점검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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