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나이에 자전거 햇병아리
자전거 교실 초급반
들어는 봤나, 구청에서 성인 구민들 대상으로 무료로 지원해 주는 자전거 교실. 주 2회 하루 2시간씩, 한 달 동안 총 8회에 걸쳐 자전거를 가르쳐 준다. 이 자전거 교실을 얼결에 다니게 됐다. 왜? 다 큰 성인이 자전거 하나 못 타니까?!?
잠시 샛길로 빠져, 자전거를 생각하면 잊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학창 시절 어느 날, 아침 일찍 등교하는데 아버지께서 자전거를 한 대 끌고 들어 오셨다. 운동하고 오는 길이라고, 이제 아침마다 자전거 타려 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게 너무 충격이었다.
“아빠 자전거 탈 줄 알았어?”
“그럼~ 잘 타지~.”
“근데 왜 나 안 가르쳐 줬어?”
“............ 우리 딸 못 타?”
하교 후에는 부리나케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아빠 자전거 타는 거 알았어?”
“아빠는 운동 잘하니까 타겠지.”
“근데 왜 나 안 가르쳐 줬어?”
“내가 못 타니까.”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어릴 적 집에는 자전거도 없었고, 가르쳐 주려는 이도 없었고, 나 또한 배우려 한 적 없었다. 배워야 하는지도 몰랐달까?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타는 모습을 보아도 그저 남일이었다.
대학교 신입생이 되어서야 처음 두 발 자전거 안장에 앉아 봤다. 자전거를 못 탄다고 하니 동기가 호기롭게 알려주겠다 했지만, 결과는 실패. “그냥 밟아! 밟아!”라고 하는데 정작 밟기도 전에 자전거는 운동장 흙바닥으로 픽픽 쓰러지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한두 번 깔짝대다 끝. 그 외에는 평생을 자전거와 담쌓고 살았다. 딱히 자전거를 타야 할 일도 없었던지라 못 탄다고 해서 불편했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자전거 교실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지?
발단은 근처에 사시는 고모였다. 천변 공원에서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시고 너도 배우라고 자주 얘기하셨는데, 나는 몇 년째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이 신청해서 배우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진심이신 걸 알고 나서는 몇 날며칠 거듭 손사래를 쳤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너 언제까지 자전거 못 탈 거야? ^.~
너 집에서 하는 것도 없잖아? ^^/
백수라 시간 많으면서~ *^^*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배울래 >.<
아 공짜래잖아~ ^3^
끈질긴 권유 (맞나?) 끝에 효도하는 마음으로 결국 신청했다. 말마따나 집에만 있는 것보다 뭐 하나라도 배워 놓으면 좋겠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자전거 교실은 월초에 다음 달 반을 선착순으로 지원받는데, 정원 마감으로 탈락되기에는 참으로 안정권이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그럼 어떻게? 가야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이틀씩,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씩 생애 최초 자전거 배우기. 나 자신에게 가장 큰 의문을 품은 채.
‘과연 운동치인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