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다 커서 걸음마를 떼려니

늦게 배운 자전거에 몸 성할 날 없다

by 평정


수줍음을 이겨 내고


첫날보단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한 번 해봤다고 제법 익숙하게 자전거를 출고해 배움의 광장으로 이동. 일찍부터 많은 분들이 준비를 마치고 페달 돌리기 연습 중이셨다. 열정 가득한 그 모습에 자극받았다. 그런데 꼼꼼하게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전날에는 미처 몰랐던 시선들이 느껴졌다.


자전거 교실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에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주변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분들 눈엔 다 큰 어른들이 형광 조끼를 입고 줄 지어 자전거를 배우는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원치 않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빤히 보는 시선에 부끄럽기도 하고, 쌩쌩 달리며 쳐다보는 자전거 고수의 눈빛에 주눅 들기도 했다. 호기심 어린 초딩들의 눈빛에 괜히 민망했다. 수군대는 소리에 귀가 활짝 열리고, 찰칵 사진 찍는 소리에 내 초상권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만 신경 쓰이나?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모른 척, 태연한 척 자전거에 집중했다. ‘다음 주에는 꼭 마스크 챙겨야지.’


열 시가 되자 강사님이 등장하셨다. 오늘도 유유자적 자전거를 타며 홀로 여유로우시다. 간단히 체조로 몸을 푼 뒤, 첫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페달을 돌리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 ‘음, 잘하고 있어!’ 진짜는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Day 2] 자전거 걸음마 떼기


“이제 자전거 걸음마를 배울 거예요.”

드디어 고정 거치대를 풀고 자전거를 움직였다. 처음으로 트랙에 나갔다. 그런데 자전거 걸음마? 처음 듣는 말이었다. 뭔고 하니 왼발로 쭈욱, 오른발로 쭈욱 밀며 자전거를 전진시키는 거였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두 발로 동시에 딛고 밀었다 떼기. 포인트는 앞에서 뒤로 발로 힘 있게 밀되, 좌우 발의 교차 시간을 점점 벌리며 두 발이 공중에 뜬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안정적이라 느껴질 때 두 발을 페달에 살포시 올려 보기. 말 그대로 걸음마하며 자전거 발 떼기였다.


열심히 힘차게 밀고 나갔다. 발도 최대한 띄우려 노력했다.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어져 금세 발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꽤 잘하지 않나? 아닌가 보다. 강사님께서 연신 말씀하신다. “너무 걸어요. 걷지 마세요.” 으잉? 그 정도인가? 그래도 꽤 들고 있는 것 같은데... “더 세게 미세요, 힘차게!” 이미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는데도 약한가 보다. 더 의욕적으로 힘껏 발을 굴렀다. 더! 더!! 더!!!


헉헉, 숨이 가빠왔다. 땡볕 아래 내 힘만으로 자전거를 끄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나중에는 자전거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몇몇 분들이 페달에 두 발 올리기를 성공하는 동안, 난 엄두도 못 냈다. 생각만큼 잘 되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이제 겨우 둘째 날이니까!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용기를 냈다. 오늘은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마지막에 한 분께서 페달에 발을 올리고는 더 나아가 페달을 돌리며 유유히 달려가셨다. 벌써 자전거를 타는 분이 나오셨다. 띠용?!?!






수업이 끝나고 나니 다들 땀범벅이었다. 티셔츠가 땀에 온통 젖어 있었다. 나는 얼굴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 그야말로 홍당무였다. 손풍기로 열을 식혀 봐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얼굴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최근에 이렇게까지 땀 흘려 본 적 있었나, 스스로를 돌아봤다. 첫날은 예행연습이었고 오늘부터가 진짜구나 싶었다.


후폭풍은 상당했다. 며칠 동안 팔목이며 발목이며, 브레이크 잡던 손가락까지 아파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다. 다리도 뻐근하고 엉덩이도, 골반도, 온몸이 쑤셨다. 고작 두 시간 배우고 이게 맞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저질 체력인 줄은 알았지만 새삼 내 몸에 대해 반성했다. 다행히(?)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고모 덕분에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데 안도했다.


집에서 요양하는 동안 계속 자전거 생각이 났다. 이틀차에 타는 사람이 나올 줄 몰랐다. 나름 젊은 피인데, 나만 못 탄다면? 살짝 조바심도 났다. 강사님을 붙잡고 물었을 때 다음 주에는 다 탈 거라고 하셨다. 정말이죠? 진짜 탈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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